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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영 Jan 29. 2024

10.십대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7인의 19살 작가

입시지옥 대한민국에서 고3이 수능100일을 앞두고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19살작가>. 자초지종을 말하자면 이렇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창궐하던 6월에 19살, 고3을 만났다. 학생들이 그나마 학교를 나올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약간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50살이 넘은 아줌마 선생으로 동성고를 향했다. 대학로의 낭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고풍스럽고 정갈한 모습의 학교처럼 학생들도 깍아놓은 밤톨같이 귀한집 아이들같아 보였다.

" 마스크 끼고 앉아 있느라 힘들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굵직한 목소리로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씩씩하게 대답해주었다.

모태 문과 남학생 7명이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고 착하게 앉아 있었다.

"어떤 글을 쓰고 싶나요? 대학교 학과는 어디를 지망하나요? 말해 볼 사람?"

"쓰앵님! 영준이가 말해보겠답니다."

영준이라고 지목당한 학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더니 " 철학과" 라고 조심스렇게 얘기한다.

"왜? 철학과가 어때서? 멋지다."

"저는 맛집 파워블로거로 선정된적이 있어요. 그래서 맛집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요."

"오! 멋지다. 책 제목은 뭐가 좋을까?"

조금 생각해보더니 " 맛집학 개론. 어떨까요? 하하"

"야! 멋진대. 책 나오면 사볼 사람?"

"저요! 저요!"

쓰고 싶은 책에 대해 질문하고 소소하게 대답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건 뭐 내가 책쓰기를 가르치러 온 건지 마치 동갑내기 내 딸의 같은 반 남자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서툰 시내 운전도 불사하고 아침부터 긴장하며 자료들을 이고 지고 나선 보람이 있구나. 땀이 한순간에 날아가는듯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밝히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있다.     

 4번이라는 짧은 수업만에 책쓰기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작가마인드로 책쓰기를 경험하는 미션이 우리 앞에 놓여있었지만 말이다.

수업시간만큼은 학생들은 마치 책쓰기를 옛날옛적부터 해왔던것처럼 마음을 열어 자신만의 컨텐츠를 끄집어 내어 주었다. 급기야 글쓰기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한시간 꼬박 글쓰기를 하게 해달라고까지 했다.

기특한 녀석들! 하나같이 솔직한 화법으로 무심한 듯 작가로 글을 써나갔다. 비록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두번째 시간만에 벌써 트렌드에 맞추어 출간기획서를 써보고, 목차를 짜고, 작가프로필, 프롤로그도 썼다.

20년 출판 경력이 무색해질 정도다. 이 아이들 요즘 말로 "찐"이다.     

“작가가 글을 쓰는게 아니라 글을 쓰면 작가다.”

"맞춤법도 내려놓고 수준낮은 글을 쓸까봐 두려워하지 말라"

"글쓰기 어렵지 않다. 글을 쓰면 작가다. 선만 그어도 작가다."     

어느덧 학생들은 본문을 쓰기 시작해 나갔다.

멍때리기에 대해 책을 써보겠다며 조금은 어눌했던 학생이 있었다. 박수를 쳐주면서도 긴가민가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시원한 롱런을 날리며 19살작가 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글을 쓰기 위해 배경지식이 없는 자기를 발견하고 책을 찾아보았다며 담담히 글을 써내려갔다. 이런 멋짐폭발!!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정보와 지식을 끌어와야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던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언제 어느순간이라도 사람을 판단하거나 스스로 규정해서는 안되겠구나!     

어렵게 어렵게 19살작가 7명의 콘텐츠가 함께 책으로 엮어졌다.

"공부는 하기 싫지만 대학은 가고싶어"

"행복해질 용기"

"맛집학 개론"

"멍때리기의 기적"

"환생"

"학교"

"현실과 판타지 사이"     

학생들의 책제목만 읽어 봐도 알겠지만 공부와 성적, 대학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19살 작가 한명 한명의 책 내용에 전반적으로 녹아져있다. ‘대학의 레벨’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 19살로 산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각자 나름의 19년의 삶을 살아온 경험과 느낌을 이번 책쓰기를 통해 표현해보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입시를 앞둔 상황 속에서도 진지하고 솔직한 태도로 수업에 참여한  7인의 19살 작가를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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