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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영 Jan 29. 2024

11.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는 멀리가지 않는다.

고급이상심리 성찰일지1

         “이상심리학 강의를 들어가기 전에 정상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교수님의 묵직한 목소리가 줌을 통해 들려온다. 대면수업 1교시였다면 과연 나의 멘탈이 지금처럼 정상일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 나는 지극히 정상이다. 그 이유는 비대면에 오전 10시 내 방에 있기 때문이다.     

“정상은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교육학적으로 구분지어 정의 할 수 있습니다. 질병에 걸려 치료가 필요한 상태, 정신질환에 걸려 장애가 있는 상태, 사회규범을 위반한 일탈의 상태, 특별한 예외상황이 아닌 상태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꼭 사람을 정상과 이상으로 나누어야 하나?’ 내 속에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럼 생사학에서는 정상과 이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왜 필요할까요?” ‘글쎄다. 살고 죽는 데 정상과 이상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한해 제대로 만성적 비탄, 지연된 비탄 즉, 복잡성비탄에 처한 자살유가족이 15만 명에서 30만 명이 됩니다. 생사학의 실천적 영역중 하나인 애도 상담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 아! 내가 또 막연히 인간을 이상과 정상으로 규정짓는 이상심리학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구나.’      

이상심리학(abnormal psychology)은 인간의 심리적 고통과 불행에 대한 깊은 관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이 나타내는 이상행동과 심리장애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이다(권석만, 2003).     

그렇다면 과연 이상행동(Abnormal Behavior)과 정신장애(Mental Disorder)의 판별기준은 무엇일까?      

Davison과 Neale(2001)은 말한다. 첫째 적응적 기능의 저하 및 손상이다. 일상적, 학업적, 직업적, 사회적 측면 등에서 부적응한 경우 즉, 원활한 적응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적응과 부적응의 원인과 경계가 모호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둘째 주관적 불편감과 개인적 고통이다. 개인이 현저한 불편감과 고통을 느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심리적 고통을 모두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심리적 고통이 오히려 생명력을 키우는 발원지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문화적 규범의 일탈이다. 개인이 속한 사회에 존재하는 문화적 규범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를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와 문화에 따라 규범도 변한다.      

넷째, 통계적 규준의 일탈이다. 정상분포에서 평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특성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이 기준도 평균으로부터 일탈된 행동 중에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일탈한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행동을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     

이상에서 볼 때 학자마다 이상행동의 기준이 다르며 완벽하지 않고, 시사점과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격을 갖춘 훈련된 전문가의 종합적이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동안 누군가를 ‘이상’하다고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판단했던 나의 무지와 단순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래서 배움은 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녀를 양육할 때 부모의 입장에서 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나를 돌아보았다. 앞서 살아왔다는 이유로 결과만을 보고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녀보다 미리 움직이려하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역시 상호보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회피하거나 혼자 떠맡는 방식으로 대응하곤 했다. 수업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날 때도 결과물을 내기 위한 정해진 답을 요구했던 장면도 떠올랐다.     

부모로 교사로, 때로는 상담자로서 나는 뿌리깊은, 흔들림없는 나무였던가? 나 스스로 하루하루를 씨앗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자 애써왔다. 그런 맥락에서 씨앗된 자녀와 학생, 내담자들이 튼실한 열매로 자라갈 수 있는 든든한 큰 나무로 관계맺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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