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이상심리 성찰일지5
해리(Dissociation)는 자기자신, 시간, 주위환경에 대한 연속적인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이다. 현재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불안이 없는데도 지나친 해리현상으로 부적응적 양상을 나타나는 경우를 ‘해리장애(Dissociative disorders)’라고 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 이른바 다중성격장애는 인지와 정서가 분리되어 통합된 정체감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마치 정신분열증, 이른바 망상과 환각 증상을 드러내는 조현병과 유사한 행동을 한다. 해리장애가 안타까운 이유는 실제 ‘기억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트라우마적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과거기억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스스로를 그 기억으로부터 단절시킨다는 것이다.
“자녀를 해리성 장애를 가진 괴물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줌 속에서 교수님께서 수강생들에게 도발적 질문을 던지신다.
‘오마이 갓! 그런 부모가 어디 있다고. 너무했다.’ 들리지 않게 음소거를 한 상태에서 혼자 내뱉었다.
“요즘 자신만을 최고로 아는 자기애가 강한 청소년들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부모의 양육태도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는 괜히 찔렸다. ‘아이들에게 나 중심적으로 ‘맑았다, 흐렸다’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일관성 없는 부모가 나였네. 에효.‘
언젠가 고등학생 조카들한테 물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선생님이 제일 좋아?”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항상 똑같이 대해주는 선생님이 좋아요. 좋게 대했다가 싫게 대했다가 하는 선생님은 헷갈려서 싫어요.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이 선생님이 나를 좋아했나? 싫어했나?를 기억을 못하겠어요.”
‘ 헉! 나의 학교시절 몇몇 선생님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동시에 내가 수업중에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었나?를 떠올렸다.’
청소년이 학교와 가정에서 계속적으로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경험하게 되면 가치관의 혼란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어떤 것인가를 혼란스러워기쁠 때, 슬플 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의 가치의 혼란이 더욱 굳어져 버릴 수 있겠다싶어 놀라지 않을수 없없다. 자신다운 정체성을 형성해 가야할 청소년의 시기를 불안과 공포의 기억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며 오래 참고 살아간다면 몸이 알아차리고 ‘신체화장애’로까지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크겠다.
청소년들 중에 감정이 슬퍼서 울고 싶지만,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술을 물거나 손으로 입이나 얼굴을 가리는 행동으로 자신의 울음을 내비치지 않으려는 심리 현상을 '민모션증후군' 현상이라고 한다. '민모션증후군'과 함께 '이생망'이라는 표현이 함께 연관되어 쓰여지곤 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자조적 의미로 주변 환경에 대한 절망과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괴로워 하지만, 누구도 다치거나, 피해를 주지 않으려 참거나, 감정을 억제하려다보니 민모션이 되어간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감정을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여 참고 참다보면 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자동적으로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힘듦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신체화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억압된 정서가 신체를 통해 공격적으로 표출된다고 본다. 내 신체 어딘가 아프다면 그 의미는 뭘까? 욕구충족이 되지 않을 때 분노, 예측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물안, 무언가를 잃었을 때 슬픔, 가리고자 하는 창피 등의 감정은 내 마음의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내 감정을 내가 모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