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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영 Jan 29. 2024

14. 트라우마(trauma, 外傷)는 유전되는가?

-고급이상심리 성찰일지4

     외부로부터 주어진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서 입은 심리적 상처가 바로 외상(外傷), 즉 트라우마(trauma)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유전되는가?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그 자녀들이 코르티솔 호르몬의 수치가 낮아 부모 중 한쪽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을 경우 자녀가 그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세 배 높으며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신의학, 신경과학 교수 레이철 예후다(Rachel Yehuda)팀의 연구를 보았다. 그런 맥락에서 외상사건을 경험하면 뇌의 정보처리가 마비되어 해마의 기능이 억제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며 우측 뇌의 편도체에 내재적 기억 형태로 저장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트라우마는 유전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겪지도 않은 트라우마가 유전된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죽을 것 같은 상처의 끈질기고 위협적인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상심리 행동의 진단 기준이 된다는 주관적 고통과 부적응적인 면에서도 외상을 겪은 시점 즉,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뇌의 신경세포의손상으로 인해 ‘지금-여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환자의 기막힌 답답함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와같은 PTSD환자의 증상은 대표적으로 3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과각성( hyperarousal)이다. 외상전에는 없었던 각성반응으로 수면에 문제가 나타나며 과민한 반응이 늘어나고 폭발적으로 화를 낼수도 있따. 지나치게 경계하고 놀라면서 집중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다. 둘째, 침투(intrusion) , 즉 외상을 재경험하는 증상이다. 셋째, 광범위한 회피증상으로 외상과 연관되어 있는 생각, 느낌, 상황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억제(constriction)증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에서 실시한 트라우마 경험실태조사(2021)에 의하면 청장년 응답자의 89.8%가 22개 유형의 트라우마에 대해 일생동안 적어도 1개 이상 경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평균 4.8개의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나타났다. 특히 자아정체감을 형성해 나갈 신체, 심리적 발달기에 처한 아동기에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 안타깝다.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PTSD 환자가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무망감에 사로잡혀 과거의 상처 속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낼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이 조사에서 고무적인 것은 트라우마 경험자의 다수가 사건 경험 이후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인식(85.6%)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트라우마가 충분히 애도 또는 해소되었다고 응답한 비율(65.1%)은 긍정적 인식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인간은 한 번의 외상이 인생 전체를 망가진 것으로 인식하고 절대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PTSD의 다양한 치료적 접근들이 있다. 약물요법, 지속적 노출법( PE), 인지처리치료(CPT),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기법(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Francine Shapiro, 1989), 안정화요법으로 심호흡, 복식호흡, 점진적 근육이완법, 착지법, 나비포옹법 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PTSD의 치료적 접근 중에서 신체감각 체험중심치료(somatic Experiencing, Peter A. Levine)는 트라우마 생존자의 치유를 위해 신체감각을 자각하면서 신경계를 조절하고 두뇌반응을 통합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심리적 이상인 외상후 장애의 회복을 위해 신체감각을 이용해 치료한다는 입장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신체와 심리를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없다고 본다면 타당한 치료적 접근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외상 후 트라우마 극복이 쉽지 않음을 자각한다. “위드 트라우마”라고 부르고 평생 함께 가져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러한 맥락에서 외상 후 성장( PTG: Posttraumatic Growth)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개념임을 동감한다.      

  다만 외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삶의 현장에서 만난다면 무엇보다도 “잘 살아왔다고, 그리고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스스로가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봄으로 자기를 수용하고 자신이 만나는 인간관계 안에서 새로게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지지해 주고싶다. 왜냐하면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해 나갈만한 힘을 우리 모두는 신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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