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이상심리 성찰일지 3
신체·심리적으로 유해한 대상이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공포’라고 한다면 ‘불안’은 유해한 대상이 존재하지도 않고, 불안을 유발한 상황이 아닌데도 느끼는 부적응적 반응으로 왜 불안한지 모르기 때문에 개인의 통제를 벗어나고 상황에 벗어난 정도를 넘어선다. ‘공황’은 강렬하고 극심한 공포가 갑자기 밀려오는 현상으로 반복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공황발작과 미래에 대한 불안, 의미부여, 회피 등이 나타난다.
“불안장애는 6개월간 주관적 고통을 호소하고 일상적 적응기능에 문제가 생기지만 공황장애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위기감이 1개월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위협이 사라지면 방어기제가 해제 되면서 정상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이러한 방어기제가 성격이 될 우려까지 있습니다.”
Clark(1986)의 ‘공황 장애의 인지모형’에 따르면 공황을 겪는 사람은 내부 외부의 촉발자극에 교감(자율)신경계가 항상 지나치게 대응하여 공황발작이 오면 죽는다는 것 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파국적 오해를 한다고 한다. 인간은 동화와 조절이라는 적응기제로 신체·정서적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면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할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은 왜일까?
몇 년 전에 공황장애를 인간 진화의 한 예로 설명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실제 죽을만큼 위협적인 상황이 아닌데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그와 유사한 상황이 닥치면 실제 공황장애의 증상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식은 땀을 흘리며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를 살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를 진화의 맥락에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한다지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것을 진화라는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어차피 미리 앞서 예방하고 차단한다고 해서 모든 위협적 상황을 다 막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말이다. 어차피 아플만큼 아파해야 하고 겪을만큼 겪어야 상처가 낫는 법인데 말이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힘들까봐 미리 앞서서 위험요소들을 가지치기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물론 무릎이 덜 깨지고 비교적 수월하게 난관을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부모의 사랑에 근거한 예방적 행동들을 과잉보호로 인식하고 오히려 자녀들이 부모에게 반항하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간이 겪는 심리적 장애 역시 마찬가지 입장에서 볼 수 있다. 앞서지도 말고 뒤쳐지지도 말고 딱 그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대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둘이든 셋이든 함께 해결해 보면 어떨까?
우리 인생살이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 상황은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회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마다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고립되어 있을 수는 없다. 직면과 노출! 드러내기의 힘을 실험할 때다. 자녀 옆에 언제나 부모가 있어줄 수 없다. 갑자기“늑대가 왔다”라고 외쳤던 양치기 소년이 생각난다. 부모든 자녀든 우리 모두는 저마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수시로 겪을 수 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을 순진하게 믿고 그때마다 시의 적절한 해결책을 스스로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보자! 그러다보면 세 번째는 속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