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티티새의 대화록 - 하 -

SF 단편집 <다른 사람의 컵>을 쓰면서.

by 팀 티티새
... 날씨를 이용해서 웃겨 보고 싶었어.
막 감자탕 먹는데 야쟈수 뽑히고.

파인




제인: 데이팅 앱 시장에서 틴더랑 릴리(RILI)는 어느 정도로 상대가 돼?

파인: 2020년 기준 벤츠랑 테슬라라고 할까. 대명사 그 자체인 틴더와 바짝 추격하는 힙한 릴리. 릴리는 한국 벤처 기업에서 개발되었고, 사실 뒤가 구린 부분이 있어. (스포주의) 한국 정부의 결혼/출산에 대한 입김으로 여-여, 남-남은 잘 매칭을 안 시켜줘.

제인: 헤테로 연애를 조장하는데 이름이 릴리라니 코미디네.

파인: (웃음) 그것도 포인트야.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것처럼 어딘가 모르게 구린 부분이 있어도 흐름을 타면 엄청 커질 수 있잖아? 그런 거야.


제인: 틴더는 일회성 만남이 잦은데 릴리는 문장을 지어주기도 하고 조금 더 로맨틱한 감성을 팔아먹으려는 것 같아.

파인: 맞아. 릴리가 뇌파랑 질문지를 이용해서 상대를 추천해준다고 했잖아. 아이폰 헬스 앱 같은 건강관리 기능과 연결해서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를 하는 셈이야. 진짜 이 사람의 욕망이랑 체면 때문에 질문지에 답하고 있는 내용을 대조 분석해. 그리고 욕망에 가까운 결과의 사람을 매칭해줘. 단 헤테로 위주로.

고윤이 테오도르가 아닌 루카스를 릴리의 앰버서더로 민 이유랑 사실 정확히 일치해. 1세계 정석 미남이 머리로는 재수 없고 싫어도 숨겨진 욕망에 의해 끌린다는 거야. (웃음)

승혜: 무서운 앱이네.


파인: 릴리가 매칭해주지 않았지만 실제 사랑을 하고 있는 건… (스포주의) 민경이랑 고윤.

승혜: 기절해버릴 것 같다. 이 주식에 모든 걸 투자하겠어. 이건 진짜야.

제인: 가슴이 박박 찢어지는데?

승혜: 민경이 이혼했으면 좋겠어.

제인: 이혼 안 해도 돼. 도망 가자.


제인: 고윤이 왜 미국에 간 건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게 클까? 자포자기 식으로, 루카스를 만나고 싶어서, 아니면 다른 이유?

파인: ‘홧김에’에 가까워.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 것이 내가 생각한 중요한 장면이었어. 그때까지 고윤은 자기의 인생이 어째서 이렇게 재미가 없는지, 왜 뒤치다꺼리 같은 일만 해야 하는지 공허함과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쾌락을 좇아보기로 한 거지. (웃음)

사실 처음에는 미국에 살고 있다는 민경의 답장을 받고 가는 걸로 할까 고민했어. 그런데 그렇게 되면 완전 민경 때문에 가는 거니까.

승혜: 완전히 그렇지.



승혜: 날씨가 확확 바뀌더라. 근미래라면 의문도 없이 그럴 것 같아.

파인: 맞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있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창밖에 폭풍우가 치는데 메릴 스트립이 딸들 학예회에 가야 한다고 전화하는 장면이야. 고작 이슬비인데 왜 비행기가 못 뜨냐고 그래. 그 장면처럼 날씨를 이용해서 웃겨 보고 싶었어. 막 감자탕 먹는데 야쟈수 뽑히고.



티티새는 다른 사람의 컵에 실릴 파인의 단편 <Fuckboy를 위하여>에 대해 이야기 중입니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https://www.kartsfund.kr/load.asp?subPage=341.view&searchValue=&page=1&ing=&idx=74

작가의 이전글가을밤 티티새의 대화록 -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