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침범 그 후! 티티새 다과회 - 상 -

<다른 사람의 컵>을 돌려드립니다

by 팀 티티새

제인의 컵 <쉘 위 댄스 보사노바>

파인의 티백 <펑펑>

승혜의 티백 <프리미엄 라이프>






제인: <프리미엄 라이프>를 쓴 승혜에게 궁금한 점이 있어요. <프리미엄 라이프>는 혁명적인 이야기인데도 아주 현실적이고, 인물 두 명의 관계도 세기의 사랑이라기보다는 깔쌈한 로맨스 같다고 느꼈어요. (십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사랑) 승혜의 글을 읽을 때면 이상적이며 동화적인 글이 있고 현실에 발붙인 글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가지가 섞여서 재미 있었어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나요?

승혜: 쓰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이틀만에 이 작품을 쓰면서 늘 쓰던 스타일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저답지 않게 직업이 없는 인물이 나와요. (웃음)


승혜: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점은 제인의 컵을 빌려 만들어진 주요 인물 모두 ‘어느 젠더로 규정되지 않는다’예요. 독자에게 궁금한 게 있어요. 진아와 현이 다투는 장면에서 진아가 “너에게는 별 거 아닌 일이 나에게는 엄청난 상처일 수 있고 이게 너와 나의 권력의 차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권력을 젠더 권력으로, 진아를 여성으로 읽어냈을지 아니면 계급적인 차이로 읽어냈을지가 궁금해요!

작가들이 원작 속 인물의 결-말투와 성격-을 가져온 점도 좋았어요. 그리고 <냉장고 파먹기> 책이 나오는 것은 순전히 조제인 만의 상상력이고 코드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어요.

제인: <냉장고 파먹기>는 하나의 웃음 코드로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티백 글에서 나오길래 놀라고 웃겼어요.

승혜: 세계관만이 아니라 소품에 가까운 요소를 빌려오는 재미가 있었죠.


제인: 직업이 없는 자를 감옥에 보냈다는 나쁜 작가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승혜: <쉘 위 댄스, 보사노바>는 극도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직업인으로서 자리잡을 수 없는 자의 설움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마야처럼 결국은 그 세계에 완벽히 적응하고자 하는 인물과 정처럼 적응에 실패하고 냉장고와 수영장을 파고 있는 인물, 둘을 비슷한 구도로 등장시켰어요.

변변찮은 직업이 없는 현이라는 인물이 혁명을 일으키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계관에서는 현이 감옥행일 것 같더라고요? “직업이 좀 없다고, 반항 좀 한다고 감옥행이냐?”라는 물음을 던지며 부조리한 세계를 보여주는 제 방식이었습니다. 감옥에 보냄으로써 처벌한 건 절대 아닙니다. (웃음)


제인: 펑펑에 대해서 궁금한 점. 평소라면 파인이 안 쓸 것 같은 ‘아저씨'가 나오잖아요. (웃음)

파인: 할 말이 많군요. (웃음) 원래는 선진과 룬메이를 중심으로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선진은 꿈이 크고 룬메이는 현실적이고 어른스럽지만 차마 선진의 꿈을 깨트릴 수 없어 아무 말 못하고 보내주는… 어리기에 강하고 애틋한 관계에 대해서요. 그런데 한참 더 빠그라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선진의 아방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예 대척에 선 인물이 필요했던 거죠. 원래는 동네 사람1 정도였던 아저씨가 커졌어요.

그러고 보니 제인이 좋아하는 인물상과 제가 좋아하는 인물상이 섞여있네요. 거칠고 무심해보이지만 세심한 아저씨는 제인이 좋아하는 면모 같고, 저는 중년 답지 않게 노란 머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인: 도시 간 통화 요금이 별도라서 전화를 못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이 너무 슬펐어요.

어쨌든 제 인물들은 애들이 자기애에 차 있어서, 따지자면 남에게 전화를 못한다는 슬픔보다 내가 밤하늘을 보고 싶은데 너무 쓰레기 같이 살고 있다는 슬픔에 가깝죠. (자기 인생의 비극에 집중하고 있죠.) 그런데 <펑펑>에서는 룬메이와의 관계가 되게 중요하고 선진이 서러움을 느끼게 되는 포인트가 ‘도시 간 통화 요금이 별도여서 룬메이에게 전화를 못하기 때문에’라는 점이 유난히 마음이 쓰이고 서글펐어요.

파인: 제가 쓰는 인물들이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갈구하는 지점이 있어서. 승혜의 인물들과도 비교하자면 승혜의 인물들의 연결은 정의와 성숙한 합의에 가깝다면 제 인물들이 연결을 원하는 이유는 결핍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이걸 못하면 마음이 너무 힘든… 사는 게 마음 같지 않아서 힘든 거죠. (웃음)

제인: 만약에 극중에서 연락이 안 되면 승혜의 인물들은 “연락이 안되지만 이유가 있을테니 믿고 기다리자.” 이런 느낌이고, 파인의 인물들은 “연락이 안 되는 것만으로 이미 슬퍼.” 그리고 제 인물들은 연락을 안 해요. 왜냐하면 “난 연락을 하고 싶은 상태로 계속 간절한 게 좋아.”

파인: 제인은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상상한 상대방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동의.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게 좋은 거야. 연락하면 훨씬 더 안 좋아질 수 있지.)


제인: 저는 뭔가 엄청 가서 터지기 직전의 과잉이 좋아요. 나오는 애들도 예민하고 성격도 더러우니까, 현실에서 이렇게 존재하는 사람은 싫을 수도 있겠지만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이 가미된 세계 안에서는 이들의 예민함이 이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파인: <쉘 댄> 너무 좋아요. 저는 사이버펑크라는 말을 들으면 매끈매끈하고 반딱반딱한 세상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제인이 가진 감각은 끈적하고 화학적이에요. 제인의 인물들은 서로 부딪히면서 화학 폭발을 하는 느낌이 있고, 그게 이 세상이랑 이질적이어서 재미 있고 흥미로웠어요.

제인: 사이버펑크 세상에서도 아날로그 감성, 옛날에 로맨틱해보였던 것들에 많은 사람들이 노스탤지어를 느끼고 끌리지 않을까 했어요.


제인: <펑펑>에서 문 슈터를 만들어준 것도 원초적인 것에의 향수라는 점에서 좋았어요. 생각해보면 놀이기구라는 거 엄청 원초적이에요. 실제로 달에도 갈 수 있을 법한 세계관인데 문 슈터라는 이름의 놀이기구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서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는 게 웃기잖아요.


파인: 이런 세상이 온다면?

제인: 이런 세상이 온다면 전 죽어야죠. (웃음)
승혜: 사실 <쉘 댄> 자체가 이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비판을 그득 담고 있다고 느껴요. 유튜브 광고, 일론머스크, 망한 로판, 자극적인 웹소설, 코인 등. 먼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가 이미 살고 있는 세상일지도 몰라요.

제인: 곧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도 인수하잖아요. 실은 일론 머스크가 너무 싫어서 오만 작품에 이름을 다 쓰는 바람에 그 사람한테 잡아먹힌 기분이라 이제는 안 써야겠어요. 일론 머스크는 미학적으로 아름답지도 않잖아요.

파인: 캐릭터 같기도 하고 조금은 소름끼치죠.

제인: 저는 마크 주커버그나 이런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요. 자기가 통찰력이 있다고 믿는데 돈과 권력까지 손에 쥐어버린 사람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광기가 무섭달까요. 저는 언젠가 일론 머스크가 미국 대통령이 될까봐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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