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집 <다른 사람의 컵>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인생의 주기를 미뤄야 할 이유가 있겠지.
- 승혜
파인: 승혜의 SF를 보면 훗날을 위해 이야기를 남기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
승혜: 내가 생각하는 SF 감성이 그렇다고 할까.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머나먼 미래에 있어도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무언가 전해주는 것이 좋아.
제인: 우연히 남은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를 일부러 남긴다는 점에서 인물이 주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져. 그게 다른 SF와의 차이점 같아.
파인: 맞아. 승혜의 SF는 타임캡슐 같은 성격이 있어.
파인: 혜슬은 자본가야?
승혜: (웃음) 자수성가형… 인기를 얻었고 돈도 벌었으니 특권 계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동성 결혼, 입양 등 행보마다 완전히 가십이 되고 사회의 차별적 시선 때문에 힘들어했던 소수자이기도 해.
제인: 만약에 혜슬만큼 돈이 없는 사람은 냉동의 질을 낮출 수도 있는 거야? 만약에 북어랑 같이 냉동 되어도 괜찮다면 그렇게 해줘?
승혜: (웃음) 그건 진짜 생각 안 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로또처럼 추첨제로 지원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제인: (냉동인간에 대한) 인식은 어때?
승혜: 외국의 사례를 들을 때는 그런 것도 있다더라- 이렇게 되는데 대중이 워낙 혜슬의 가족에 관심이 많다 보니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파인: 약간 그런 거구나, 포스트 휴먼. “어떤 미친 과학자가 팔에다가 귀를 이식했대!”하면 그냥저냥 교양으로 알고 지나가는 일인데, 갑자기 “윈터가 팔에 귀를 박았대.” 이러면 뭐? 윈터가? 이러면서 일이 일파만파 커지잖아.
승혜: (웃음) 정확한 예시야.
제인: 그리고 보통 어떤 사연으로 냉동인간이 되는 거야? 혜슬은 어떻게 보면 세연을 기다리기 위해 냉동되는 건데, 되게 특이한 것 같아.
승혜: 사람들이 냉동인간이 되기를 선망하지는 않아. 오히려 편견이 있지 않을까. 되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에게 아주 다양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아서 딱 집어 말은 못하겠어.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인생의 주기를 미뤄야 할 이유가 있겠지.
파인: 온을 두고 냉동인간이 된 혜슬의 행동을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승혜: 글쎄. 혜슬에게는 온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그래서 온과의 합의에 따라 냉동인간이 되기를 결정한 거야. 어쩌면 온의 이해를 받아서 결정한 일이지. 온이 강하게 말릴 사람도 아니지만 만약 그랬다면 안 헀을지도 몰라.
제인: 냉동인간이 된다는 선택에는 보통 관계가 단절되는 일이 따르지만 승혜의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아. 어떤 인류애적인 협의가 있어.
파인: 맞아. 인간 대 인간의 화해. 또 엄마 혜슬이 냉동인간이 된 일 뒤에도 쭉 성장을 해서 미래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온이 이제는 그 일을 자신의 일부, 가족사로 느끼고 있나보다 했어.
티티새는 『다른 사람의 컵』에 실릴 승혜의 단편 <내 마지막 이야기의 첫 번째 독자에게>에 대해 이야기 중입니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https://www.kartsfund.kr/load.asp?subPage=341.view&searchValue=&page=1&ing=&idx=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