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나이테

by 틔우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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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란 겉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고쳐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고, 동시에 나무는 한번 상처를 입으면 평생 그 상처의 고통을 몸속에 품은 채 살아간다는 것이 된다. 나무는 성장이 중심부가 아니라, 항상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어가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배운 곳도 여기다.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상처도, 그 상처가 일으킨 변형도 세월과 함께 안쪽 깊숙이 감싸 안는다. 감싸 안는다는 말은 따뜻한 정을 내포하는 표현이다. 알맹이를 보살피고 보호하고 외부의 재난을 막아주는 역할을 겸하는 행위가 바로 감싸 안는다는 말이다. 생물은 인간도 새도 짐승도 모두 그 상처를 감싸 안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무도 당연히 그렇게 한다. — 고다 아야, 《나무》


누구나 안을 수 있는, 넓은 품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한 나무를 바라본다. 넌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나무는 한번 상처를 입으면 그 고통을 몸속에 품은 채, 바깥으로 새로운 나이테를 계속 만들어간다는데. 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싸 안았길래, 이렇게 넓디넓은 나무가 된 걸까. 우둘투둘한 표면을 만져보다가 가만히 안아본다. 나의 상처와 너의 상처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에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마음에 생채기가 난 날이면 나무를 찾는다. 지탱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휘어 있는 나무, 마음이 아플 정도로 겉이 뜯어져 있는 나무, 시원하고 길게 뻗은 나무. 겉모습이 어떻든, 저마다의 상처를 감싸 안은 채 묵묵히 꽃을 피워내는 나무를 보면 기특한 마음이 차오른다.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꼿꼿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나의 상처도 더 다정히 보듬어주고 싶다.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입는 것. 그 또한 모두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상처가 생기면 애써 없애는 대신 나무처럼 더 깊숙이 감싸 안아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아픈 날이면, 콕 쑤시는 그 마음까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나만의 나이테를 겹겹이, 촘촘히 쌓아 올린다. 조금씩 넓어지는 나를 상상하면서.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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