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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Apr 01. 2023

상상 속에서 감각을 체험하다.

웅차에서의 차:백일장


'나이가 드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차:백일장은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이 드는 것은 감정이 메말라버린 상태가 아닐까'로 생각했고, 80살의 할머니가 되더라도 일상 속 순간의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면 해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은우님의 말대로, 80살의 할머니가 되더라도 지금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리를 보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처럼, 작은 것에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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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백일장은 하나의 스토리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과 차를 페어링 해준다. 

이번 백일장 주제는 '봄에 맞이한 밤'이었다. 은우님이 안내해 주는 스토리에 따라 시각, 청각, 촉각을 상상하며 느낀다. 처음엔 감각을 상상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는데, 페어링 해주는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니 점점 상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상상을 통해 느낀 각자의 감정과 생각들을 나누고 마무리엔 시를 쓰거나 혹은 떠오르는 시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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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님이 공유해 주신 이병률 작가님의 시 '찬란'이 기억에 남아 적어본다.


찬란

- 이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차:백일장은 상상 속에서 잊고 있던 감성들을 깨워 다소 생경한 경험이었지만 이 또한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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