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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Dec 18. 2022

나를 비추는 마을, 오조리의 취다선에 가다

'지금'을 나에게 선물하다.


2022년을 마무리하는 겸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제주도 취다선을 다녀왔다.

취다선은 일소(一笑) 대표님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다가 처음 알게 됐다. 일소님 평생 자아를 찾으려는 마음의 명령이 늘 따라다녔는데, '차(茶)'와 '참선(禪)'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깨달음을 통해 행복하길 바라며 취다선 리조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여정은 오로지 '쉼'과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숙박 시 무료로 제공되는 모든 클래스를 듣기로 했다. 


#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온 진동으로 느끼다

나루다 아난다 선생님께서 '내 마음의 소리는 어떻게 들으세요?'라고 질문하셨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이라 답이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선생님의 설명 중 그나마 이해한 부분은 '자연스레 느낀다'는 것이었다. 만트라 나다 명상에선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한 수련을 한다. 처음엔 외부의 소리를 듣는다. 고요한 적막함 속에 찌지직 하는 전등의 전기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분명 평소엔 전혀 듣지 못했을 소리이다. 그 이후엔 호흡으로 주의를 가져간다. 코끝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을 느꼈다.

그다음엔 가슴에 손을 대어 심장 소리에 귀 기울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위해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는 심장이 그제야 느껴졌다. 마지막엔 목소리를 직접 내어봤는데 몸속에 퍼져 울리는 진동을 잊을 수 없다.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올라왔다.


# 들고나는 숨, 몸의 감각들을 그대로 느끼다

요가는 '쉼'을 목적으로 하는 요가 클래스로 구성되었다. 클래스별로 안내해주시는 선생님이 달랐지만 수업을 듣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케어해주는 것은 동일했다. 요가 초보자인 나에겐 매우 만족스러운 클래스였다. 요가에서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고, 각각의 동작에 머무르고 있을 때마다 불편한 점은 없는지 수시로 체크해주셨다.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미세하게 떨렸던 호흡이 안정되어갔다.

한 동작에서 가만히 머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특정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몸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말하는 듯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몸이 말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요가를 통해 비로소 나의 몸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고통을 통해 생각을 비우다

108배 명상은 하기도 전에 '할 수 있을까?'는 두려운 마음부터 올라왔다.

선생님께선 "꼭 108배를 할 것이다"라는 의도를 세우지 말라고 하셨다. 몸의 감각들을 느껴보고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그만두라고 하셨다. 그 말에 약간은 안심이 되어 시작했다.

108배는 말 그대로 절을 108번 한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쉽게 질릴 수도 있었는데 안내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시점엔 느리게, 지루할 때 즈음 빠르게 흐름을 주도하셔서 따라갈 수 있었다.

보통 명상을 할 땐 잡념이 끊임없이 일어났는데, 108배 명상은 몸이 힘들다 보니 잡념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하고 난 후 머리가 약간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차의 향긋한 향으로 나를 깨우다

취다선 프로그램 중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일소'님의 아침 특강과 '다연'님의 아침 명상이었다.

그래서 아침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눈을 비비며 부랴부랴 참석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일소님을 실제로 보니 그 아우라가 남달랐다. 항상 미소를 띠고 계셨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참 자아와 행복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아침 특강과 명상에서 녹차의 향을 맡고 숨을 깊게 들어마시며 향긋한 향으로 나를 깨워줬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를 만들어주고, 그 시간들이 쌓여 단단한 중심이 생길 거라고 말씀해주신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특강이 끝나고 난 후 일소님께 취다선과 관련된 인터뷰를 보고 찾아왔다는 말씀을 드렸다. 일소님은 차와 명상을 통해 행복과 지혜를 향한 길을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그리고 차를 마시면 나를 알게 되니 집에서도 부디 나를 위해 해 보라고 당부하셨다.


취다선은 숙소 특성상 TV가 없고 조용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들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나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취다선의 벽에 쓰여있던 문구로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Am I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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