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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Apr 07. 2023

꽃이 피고 지는 것은

길을 걷는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린다.

사람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핸드폰을 꺼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벚꽃을 잡으려 손을 뻗는다. 나도 손을 펴본다. 마치 내 손에 벚꽃이 닿으면 행운이 올 것만 같아서.


그렇게 우연히 내 손, 머리, 옷에 벚꽃이 붙었다. 날아갈 것만 같아 하나둘씩 주머니에 넣었는데 세보니 7개의 벚꽃이었다. 어쩜 꽃은 지는 순간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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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죽음을 과하게 두려워하며 피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꽃이 피고 지듯, 누구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만약 내가 내일 죽게 된다면 후회하게 될 일은 무엇일까. 주저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오를 것 같다. 두려워서 시도조차 못했던 일들, 느끼는 감정들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들, 사랑을 주저했던 순간들. 죽는 당일에는 무엇을 하고 싶나 생각해 보니 별거 없었다.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위한 편지를 쓰는 작은 이벤트 정도.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삶과 죽음도 같지 않을까.

그래서 '꽃은 어차피 지니까'하며 보러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기 전에 아름다운 꽃들을 하나라도 더 보고, 지는 순간도 눈에 담으며 살고 싶다. 내가 언제 죽을진 모르겠지만, 또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 떠날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하나라도 더 보고, 만지며, 서로를 느끼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지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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