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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틔우머 May 09. 2023

나름의 성실로 삶의 궤적을 그리다

[아임디깅 2023 : 나름의 성실로 열매 맺는 쓰는 생활]

기록과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면 좋을 소소문구(@sosomoongoo)의 아임디깅 2023에 다녀왔다.

아임디깅 전은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나름의 성실로 열매 맺는 쓰는 생활

2) 새로운 나날을 심는 쓰는 사람들

3) 그 후로도 파는 쓰는 사람들



1. 나름의 성실로 열매 맺다

성실(誠實)의 한자 뜻을 풀어내면 '정성스럽게 맺은 열매'라고 한다. 아임디깅 전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실하다'의 정의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뿐 아니라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치열하게', '느리고 꾸준하게'와 같이 열매를 맺는 정성의 모양은 모두 다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성실에 대한 정의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호기롭게 시작하다가도 꾸준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자책하고 스스로를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열매를 맺는 정성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여유롭게 나를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성실'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보는 것도 좋겠다.



2. 매일 새로운 씨앗을 심다

2,3층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기록을 용기 있게 전시해 준 23명의 노트를 엿볼 수 있다. 보자마자 감탄이 나오는 노트도 있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놓은 노트도, 빈 공간이 꽤 있는 노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빈 공간이 있는 노트를 보고 위안을 받았다. 나의 노트를 보는 듯해서)


규림님의 기록 중 '무엇이든 손으로 쓴 것을 좋아한다. 좀 더 다채로운 표정이 느껴져서랄까'라는 문구처럼, 그들의 기록에서 고유의 생각과 개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비슷한 나날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삶의 작은 씨앗들을 심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하루 중 문득 올라오는 생각과 감정의 씨앗들을 그냥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나중에 어떤 씨앗이 발아될지는 모르니 말이다.



3. 심은 씨앗을 발아시켜 나만의 관점으로 만들다



반가운 이름이 있어 더 신기했고 감탄했던 전시였다. 그들의 기록물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평소 좋아하는 것들을 깊게 파서 본인만의 것으로 아카이빙 해놓았다는 점이다.


"좋아할 거면 끝까지 좋아해야 해. 좋아하는 마음을 소비로 끝내지 마. 사는 거에 그치지 말고 좋아하는 마음을 담은 무언갈 만들어봐. - 올리부님

올리부님(@memyselfolive)의 말씀처럼, 마스킹테이프 제작방법, 동구밭비누를 좋아하는 이유를 분석해 놓은 기록과 같이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디깅(Digging)이구나 싶어 인상적이었다.



식물을 키울 때, 씨앗을 심고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나 정성스러운 마음이 들어가는가. 물이 부족하진 않은가, 햇빛은 잘 들어오는가 등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삶도 같지 않을까, 매일의 작은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잘 발아될 수 있도록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돌보고,,, 그것들이 모이면 나만의 관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아임디깅 전에서 캐낸 소중한 문장들


<소금밭에서 캐낸 문장들>

❍ 송다혜님(@dahesee) : - 나만의 기준을 갖고 몰입한다. 자유롭게 시도하고 자신 있게 보여준다. 모든 기준은 내 안에 있지만 다양성을 존중한다.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다.

- 사실 우린 다른 방법으로 꽃을 피우고, 땅 밑에서 자라며, 새로운 싹을 펼쳐내느라 여념이 없다. 

❍ 성스런님 (@runat.d) :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거 말고 내가 원하고 나한테 좋은 거 찾기

❍ 서기슬님 (@kiseulsh) : 삶이 없어져도 기록이 남는다면 사상과 소통은 남는 것. 

그저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할 것

❍ 윤동해님 (@dh310) : 뭐든 잘 안 풀리고 막힐 때는 'why?'를 떠올리면 실마리가 보인다.


<황금밀밭에서 캐낸 문장들>

❍ 건강에게 좋은 낙서님(@jychoioioi) : 계속 잔잔하게 시도할 것

❍ 김규림님 (@kyurimkim) : 어떤 부담은 목을 졸라오는 게 아니라 적당한 무게로 삶의 문진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다. 내가 선택한 내 삶의 문진

❍ 양유미님 (@yujaya.yujaya) : 여린 잎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치명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왜 믿어 주는지, 좋아해 주는지 잘 모른다는 데에 있다.

❍ 유지현님 (@from.sosomoongoo) : "서로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는 말은 서로의 진짜 모습을 늘 탐구하고 자기가 만든 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단한 삶

나는 조금 느린, 아니 많이 느린 편이라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밤나무밭에서 캐낸 문장들>

❍ 김신식님 (@shakshak01) : 타인을 이야기하나 거기엔 내가 있을 듯

❍ 문혜성님 (@hsmoon921) : "누군가 아프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점차 나아지고 있어.'라고 하는 거죠"

마음의 눈을 뜬 채로 죽고 싶다.

❍ 아이보리님 (@ivo0ory) :  지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아니까, 더 사랑해주고 지금에 충실해야겠다는 마음도 가졌던 것 같다.

❍ 최혜진님 (@avcc.et) : 때론 낯선 환경일수록 가만히 있어 볼 필요도 있다고 느낀다.

영원할 건 없는데 '나중에 보면 돼'라는 마음에 매번 대충 훑고 나온다. '나중'은 대체 언제인가?


<매실밭에서 캐낸 문장들>

❍ 석만님 (@seokmanlee) : 사람들은 각자 개개인의 여러 가지 빛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미소님 (@mitttyo) : 파도가 치는 것을 알게 되어 두려웠다.

❍ 최민석님 (@live.archive.choi) : 주어진 여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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