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평형

by 여상

[어느 봄날의 평형]


잿빛 멧비둘기 두 마리 낭창 낭창

시소 타듯 앉아 있는

연분홍 꽃잎 가득한

벚가지 가로수길


서넛을 태운 마을버스가

삼십 킬로미터 방지턱을

볕 쬐러 나온 꽃뱀

슬그머니 넘어가는

읍내 버스터미널 TV에는


말 한마디에

미사일이 새처럼 날았다던가

지구 저 편에는,

날아가 앉은 자리마다

말살의 꽃이 피었다지


다가올 지방선거에 필승을 다짐하는

불끈한 목소리가

나른한 오후의 공기를

갈라놓고


속이 거북해 보이는 터미널 직원이

욕을 하다 욕 먹으며

알약 같은 리모컨 단추를

꾹꾹 눌러 돌려 놓은 화면에는

희망찬 예능의 웃음


보풀 일어난 어깨에

걷는 둥 마는 둥

햇볕을 짊어진 노인 옆으로

두 소녀아이 하얗게 이를 내어

깔깔 웃으며 지나치고


하나가 날아 오르자

나뭇가지가 휘청

남은 한 마리 놀라

푸드득 날아간 자리


꽃잎 오소소 떨어지는

별일 없는 봄날

촌마을 오후의 평형



벚꽃터미널실내.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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