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차이를 만든다
시장적 가치는 어떤 재화는 손상시키기도 하지만 어떤 재화에는 적합하기도 하다. 특정 재화를 시장논리로 분배할지 줄서기로 분배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분배할지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재화인지, 어떻게 가치를 매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모든 걸 돈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속물적이고 계산적이라고. 그리고 착각한다. 본인은 그 사람과 다르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어느 가치를 가진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없는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지.
대부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공평, 공정, 정의를 투영하는 그 어떤 추상적 산물들이다. 이 개념들을 해치는 행위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사'버리면서 자본을 등에 업은 폭군이 된다. 그렇다. 나에겐 A가 폭군이지만 B에겐 A가 폭군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정의는 전적으로 발화자의 가치 부여에 맡겨 있다.
나에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명확히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삶에 대한 의지다. 결코 삶을 내 의지대로 이끌어가겠다는 굳은 다짐은 억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돈이라는 개념이 내 가치에 녹아들수록 나에게 있어서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돈이라는 것이 삶에 대한 의지를 끌어올려 줄 수는 있겠으나, 절대 발현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없는 대신 돈을 선택하는 일은 죽는 순간까지 없을 것이다.
돈이 삶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나는 삶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돈은 오로지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돈이 있으면 좋지만, 돈의 노예가 되진 않는다. 돈이 없어도 난 행복하게 지내왔다. 하루 5천원의 생활비로도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20kg 가까이 몸무게가 줄며 육신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내 정신은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돈이 좋지만, 돈에 굴복하지 않는다. 부자를 존경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 영혼을 팔지 않는다. 돈은 결코 내 삶을 결정지을 권한이 없다. 나는 나 스스로를 제외하고는 내 삶을 결정지을 권리를 그 누구에게도 부여하지 않는다. 내 삶을 개척하는 건 오로지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