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정치는 왜 도덕을 말해야 하는가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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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가치가 실종되어 버린 오늘날 삶의 문제의 근원은 제대로 된 정치의 실종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가 넘치는 사회에서는 인간적 가치가 공적 영역으로 등장할 길이 차단되고 오직 경제적 욕구에만 휘둘리게 되면서 인간의 삶은 곤궁에 빠지게 된다는 말이다.


405p




일단은 아쉽다. 이 책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전에 읽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해당 책에 나온 담론들 몇 가지를 깊게 파고들어 엮어낸 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샌델의 정치이론 논평집인 이 책을 읽고 샌델의 저작들을 읽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삶'을 위한 공공철학 논쟁에서 파생된 담론들을 다룬 책들이 우리가 잘 아는 『정의란 무엇인가』, 『완벽에 대한 반론』, 『공정하다는 착각』이기 때문이다.



샌델의 정치이론 집대성인 만큼, 그 어떠한 샌델의 저작들보다 가장 어렵다. 한편으로는, 다른 작품들을 읽고 이 책을 접한 게 다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샌델에 대한 어떠한 이해 기반도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큰 소득 없이 책장을 덮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샌델의 정치 철학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유명작들을 읽고 이 책을 읽은 뒤, 다시 유명작을 재독하는 방법이 쉬울 것 같다. (다시 읽을지는 모르겠다.. 손이 다시 가는 책이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책은 3부로 나뉘는데, 1부는 미국의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미국의 시민의식에 대한 논평집이고, 2부는 도덕철학적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함의점을 끌어내려는 시도들이며 3부는 샌델 자신의 철학적 토대를 설명하는 이론들과 항명으로 이루어진다.



샌델의 이 책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생각해 보면 꽤 단순하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흔히, 찬반의 의견이 첨예하게 나뉘는 논쟁거리들은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것만으로도 꽤 에너지가 소모되기 마련인데, 여기에 정치적 관점을 더해 함의점을 도출해 내는 일련의 과정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공철학 논쟁은 더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치에 도덕의 잣대를 강하게 들이밀면서도 도덕에 정치의 잣대를 들이밀지는 않는 것 같다. 전자는 외재적이며 큰 사고가 필요하지 않는 '타자를 향한 행위'인 반면, 후자는 내재적이며 깊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자신을 향한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후자는 자신의 신념과 철학 근간을 필요로 하며 뒤흔들릴 수도 있는 그런 행위일 수 있고, 지극히 의식적 행위이기에 자연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의 이론을 정리하기에 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책에 대한 내용을 더 풀어쓸 수는 없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우리는 공공철학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좋은 삶을 향한 고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 도덕과 가치가 실종되어버린 오늘날에 삶의 문제의 근원이 제대로 된 정치의 상실뿐 아니라 더 무엇이 있는지. 계속 생각해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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