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자신의 신념을 알아갈 수 있게 길잡이가 돼주는 책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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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상의 역사가 아닌 도덕적 철학적 사고를 여행한다. 정치사상사에서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47p




이 책을 읽게 돼서 정말 행운이다. 어딜 가든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지만, 알게 모르게 기피해 왔던 그런 책인데 최적의 시기에 읽게 된 것 같다. 과거에 읽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 같고 미래에 읽는다면 지금의 감정을 느끼진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 약간의 변형이 들어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인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주장하며 공리주의에 논리에 반대하는 자유지상주의, 역시 공리주의에 반대하는 동기를 중요시하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무지의 장막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해야 하는지 묻는 존 롤스의 <정의론>, 목적을 중요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 우리는 2000년에 걸친 도덕정치철학의 변천사를 보며,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다. 내 삶은 개인적으로 칸트의 철학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 추측하건대, 내가 칸트의 철학에 많이 공감했다고 해서 나의 모든 사고가 칸트의 철학대로 행해지지 않듯,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공리주의를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자유시장주의를 택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을 택하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나도 읽으면서 지금은 다소 강압적이고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공리주의에 약간의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대체적으로는 칸트의 철학에 맞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내가 이런 철학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인 것 같다. 이름만 알고 있었던 철학자들이 무엇을 주장했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사례 위주의 알기 쉬운 설명으로 완벽하게 전달하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가히 신의 한 수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각 철학자의 철학을 분석하고 고찰하는 서평을 쓰고 싶었지만, 내가 이들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기에 지금은 그렇게 서평을 쓸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조금 더 철학을 많이 접하고 배운 뒤에 각각의 철학자들의 철학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말 그대로 독후감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고 난 뒤 느낌만을 기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덕, 정치를 관통하는 정의야말로 명쾌한 정답을 말할 수 없는 궁극의 결정체가 아닐까. 시대를 관통하는 위대한 지식인 철학자들이 그렇게 자신의 철학을 외쳤음에도 지금 우리는 무엇이 가장 정의에 가까운지 대답할 수 없다. 대답하기 전에, 우리는 정의가 무엇인지조차 확실히 정의하기 힘들뿐더러 각자의 정의는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에 최고의 정의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최선의 정의는 존재할지라도 최고의 정의는 결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나의 의견이다.




나는 이 완벽한 책을 읽고도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 '오호라! 정의는 이거구나!'라는 깨달음이 가능한지부터 의구심이 생긴다. '나는 정의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구나.'가 아마도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정의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접했고 분명히 이 지식은 내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지식들이 내가 쌓을 경험들과 맞물려 나만의 정의를 구축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정 철학자들의 영향을 받겠지만 결국 나에게 완성된 정의는 '나만의 정의'일 것이다.




분명히 몇 회독은 해야 될 책이다. 철학에 이제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 철학 책을 몇 권 읽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상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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