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다 기요카즈 『기다린다는 것』
기다림에는 '기대'나 '바람'이나 '기도'가 내포되어 있다. 아니,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기다림이란 껴안는 것이다.
기다림을 명확히 해보자. 기다림은 무엇인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무엇을 향한 기대와 바람이 내포된 나의 한 행태임이 분명하다. 중요한 점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즉, 기다림은 철저히 미래지향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를 기다리는 것은 어휘상 어색할뿐더러 그 자체로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기다림이 미래지향적이라는 특징까지 끌어낸 다음, 우리 인간이 시간을 타고 앞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존재자라는 것을 상기하자. 그렇다. 우리는 기다리는 존재자로 정의할 수 있다.
본 서적은 기다림을 심도 있게 파고들어 그 개념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이끌어내고, 독자들이 그 고찰을 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나 역시, 모리스 블랑쇼의 『기다림 망각』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며 기다림 자체에 대한 생각을 했었지만, 이 정도의 깊은 사고는 사실 내가 살아온 역사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무수히 기다릴 순간들과 기다릴 자로서 존재할 우리들에게 기다림에 대한 고찰은 삶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무게를 지닐 것이다.
나는 기다림이란 어떤 도달할 수 없는 무언가이면서, 그것의 존재 상정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다림이란 것이 그 끝의 보증이 없다는 점에서 성립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무엇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기다림에 내포된 것이 완전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에서야 온전히 기다리는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기다림을 깊이 고뇌하는 것이 내 지적 욕망을 충족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숙고하게 된다. 기다림이 내 삶의 흐름과 일정 부분 맥을 같이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분명히 그것은 고찰할 의미가 충분하지만, 기다린다는 능동적 의미가 내포된 수동적 자세가 내 태도와는 다소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기다리는 것과 당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상반된 것으로써 수평선을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개의 태도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고를 것이다.
기다림은 결코 수동적 자세가 아님을 이 책은 강론하고 있지만, 그 개념이 주는 뉘앙스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뉘앙스가 실제로 어원 어딘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존재를 떠올릴 때 이제는 기다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삶은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가졌고, 삶 자체가 기다림과 같아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