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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Apr 19. 2024

[서평] 삶의 진정한 주인, 자기 결정과 주체성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나의 내면세계가 외부와 아무리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하나의 세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과 소망을 주관하여 말 그대로 삶의 작가요, 그의 주체가 되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건을 단순히 맞닥뜨리거나 당연히 그 일로 인한 경험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압도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주체가 되는 대신에 단순히 경험이 펼쳐지는 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을 가리킵니다. 자기 결정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내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바로 주체성이다. 내가 쓰고 말하는 모든 것 속에는 '삶의 주체성은 오로지 나에게 있다'는 암시가 담겨 있다. 삶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누구나 설교하듯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스스로의 삶에 녹여내는 것에는 이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는 극히 적을 것임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삶의 주체성이 녹아 있는 삶 안에는 굉장히 많은 것들이 쌓이면서 나온 일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인지'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떤 마음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인지하는 것, 즉 내면의 나를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나를 진정으로 알지 못하면 내가 사는 삶의 주도권을 결코 움켜쥘 수 없다.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력과 용기 없이는 그 어떤 권력도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물질적 부를 쟁취하는 것과 삶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 중 무엇이 더 낫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단언컨대 물질적 부를 이룬 수많은 사람들은 본인 삶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삶의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막대한 부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비슷한 맥락에서, 책을 읽는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성공자들은 책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삶의 주체성과 자기 결정은 다른 말이 아니다. 책의 부제처럼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나는 아직 철부지 어린애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고, 그것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면 좋겠고, 그 모든 과정을 만끽하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내 결정이 아닌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설령 내 자의가 아닌 것으로 보이거나 판명될지라도 그것은 나의 의도가 담긴 결정에 의한 것이길 바란다. 난 그만큼 내 삶의 주도권을 그 무엇에게도 내어주고 싶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의 모든 순간은 자기 결정의 연속이 되었고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믿고 있다),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어느 순간부터 그 누구도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를 해칠 수 없게 스스로를 만들었다. 우주 아래 존재하는 이 범세계 속에서 나는 나만의 세계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른 세계와 부딪치고 합쳐질지라도,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의 주인공은 나다.



자기 결정의 연속을 선택한 삶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회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주어지게 된다. 내 삶에 어떤 결과물이 내 앞에 놓이든 그것은 내 결정에 의한 것이다. 설령 그것이 나의 행위, 의도가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그 환경 아래에 있는 것 자체가 나의 결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모든 우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자기 결정, 삶의 주도권을 쥔 한 존재자의 역할이다. 내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회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자기 결정의 결과물로 저항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주체성을 더 강하게 확보하게 되고, 그렇게 더욱 단단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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