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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Aug 24. 2024

[서평] 세상의 모터가 꺼진다면 어떻게 될까?

에인 랜드 『아틀라스 1, 2, 3』



내 삶에,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에 걸고 서약하노니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 것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로 전에 읽은 『파운틴 헤드』의 작가 에인 랜드의 더 뛰어난 책으로 평가받는 『아틀라스』.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소설이라는 타이틀도 붙어 있다고 한다. 자그마치 거의 2천쪽에 달하는 분량은 책을 수시로 읽는 나조차도 다 읽는 데 2달 조금 안 걸렸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이 책은 그만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넘친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다.



책의 골조와 골자는 『파운틴 헤드』와 매우 흡사하고, 각각의 작품에 서로 매칭되는 인물들도 있다. 객관주의 철학을 급진적이라고 할 만큼 강하게 주장하는 저자는 집산주의를 강하게 배격하며, 자비를 위한 정의의 희생, 통합을 위한 독립성의 희생, 믿음을 위한 이성의 희생, 필요를 위한 부의 희생, 자기부정을 위한 자아존중의 희생, 의무를 위한 행복의 희생을 역설하며 그 끝에 무엇이 도래할 것인지를 '아틀란티스'라는 영웅이 건설한 전설적 도시의 등장으로 보여준다.


세상에 혁신을 가져온 영웅들에게 사회적 의무를 내세우며 희생을 강요하고, 그들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하고 위험한 것인지 저자는 강대국 미국이 망해가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영웅들은 세계의 구리 광산을 다 폭발시키고, 석유도 없으며, 기차도 운행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도래해 마차를 끌고 다니는 원시적 세계로 회귀하게 된다.


세계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볼 수 있는 영웅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햐서 일하며, 이성과 합리성, 인간의 정신을 주창하는 자기주도의 결정체다. 자기 삶은 스스로 선택해 만들어가는 것이며, 자기의 행복을 그 무엇과도 바꾸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멸망의 길로 접어듬과 동시에 아틀란티스의 건설로 영웅들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소설은 유토피아적 소설이자 반유토피아적 소실이기도 하다.


책 속에 녹아들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의 규제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 것이며, 기업가 혹은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책임은 어느 정도까지 그들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것일까? 한국도 지금 유사한 국면에 접근해 있다고 본다. 그들에게 아무런 규제나 책임을 부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다면 그것이 과연 그들이 말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세상의 모습일까. 그렇다고 과도한 규제와 책임을 부여해 자유를 통제한다면 그것이 정의로운 세상의 모습일까. 해답은 그 중간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역시 받아들이는 개개인들의 입장에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자본주의가 주 체제가 된 현대 사회에서는 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현재 세상을 움직이는 몇몇의 위인들인 워런 버핏, 일론 머스크, 주커버그, 팀쿡, 잭슨 황 등이 집산주의 체제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본다. 그들이 과연 모든 걸 놓아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단 하나 확실한 건, 그런 체제 속에서 지금과 같은 혁신적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게 옳은 방식이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세상은 그 길을 선택했고,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은 결코 도래할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잘 모르겠다. 거시적 관점에서 나는 그 답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영웅들이 가진 삶에 대한 사랑과 행복의 추구, 자기객관화의 관점 등은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사회가 어떻게 게 되고 하는 건 영웅이 된 다음에나 할 고민이다. 일단, 세상을 떠받치는 아틀라스와 같은 인물이 되려면, 책 속 위대한 영웅 '존 골트'의 연설에 빠져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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