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간다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생각하고, 선택하며 존재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현재는 붙잡히지 않는다.
현재를 인식하는 순간,
그 현재는 이미 과거가 되어 있다.
지금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순간은 사라진다.
현재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류하지 않는다.
현재는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라,
끊임없이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것은 존재가 잠시 머무는 지점이 아니라,
존재가 통과하는 지점이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 셋은 동일한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지나간 현재의 흔적이 되어 존재를 구성한다.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현재이지만 비어 있지 않다.
그것은 가능성으로서 존재를 끌어당긴다.
반면 현재는 도달하는 순간 사라진다.
우리의 현재는 결국 존재가 과거로 넘어가는 순간이며,
가능성의 미래가 도래하는 순간이다.
존재는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
아니, 결코 머물 수 없다.
존재는 과거로 축적되고,
미래로 열리며,
현재를 통해 이동한다.
현재는 존재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존재를 이동시키는 통로다.
그저 우리는 그곳을 지나갈 뿐이다.
존재는 현재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형성된다
존재는 한 순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존재는 지나간 순간들이 남긴 구조 (과거) 이며,
다가올 순간들이 열어두는 방향 (미래) 이다.
우리는 현재를 기준으로 자신을 이해하려 한다.
지금의 생각, 감정, 상태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려 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곧 과거의 내가 된다.
그리고 곧 미래의 내가 된다.
따라서,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열어젖혀 마주하는 것과 다름 없다.
존재는 축적의 결과다.
하나의 선택은 하나의 과거가 되고,
하나의 과거는 존재의 일부가 된다.
존재는 스스로의 과거를 통해 형식이 되어간다.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안에 남아 있는 구조다.
과거의 선택과 경험, 관계와 결단은
사라지지 않고 존재의 형식을 만든다.
존재는 끊임없이 반복한다.
과거를 통해 자신이 되어가고,
자신이 됨으로써 다시 과거가 되는 반복을.
과거가 만든 이 존재의 형식은
우리의 지향을 만들어 미래로,
마침내 도래할 무엇으로 이끈다.
미래 또한 단순히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존재는 미래를 향해 자신을 형성한다.
아직 도달하지 않은 가능성은
존재를 현재의 상태에 머물지 않게 한다.
존재는 이미 형성된 과거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미래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만들어간다.
존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형성된다.
그리고 현재는 그 형성이 일어나는 사건 그 자체다.
현재는 존재의 결과가 아니며,
존재의 원인도 아니다.
현재는 존재가 자신을 형성하는 과정 그 자체다.
우리는 현재에 존재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존재는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
존재는 과거로 남고,
미래로 향하며,
현재를 통과한다.
존재는 시간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형식이 된다.
시간은 존재가 형성되는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