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를 통과하며 형성된다
나는 현재에 머물러 살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현재를 살아간다고 믿어왔다.
지금 이 순간만이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고,
하루하루를 통과하며
그날의 감정과 선택 속에서 나를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하루는
더 이상 그날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말은 오래 남았고,
어떤 글은 관계의 방향을 바꾸었으며,
어떤 만남은 내 삶의 토대를 뒤집었으며,
내가 한 선택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를 다른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시간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남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매일 현재를 살고 있었지만,
그 현재는 사라지지 않고
과거로 남아 나를 이루고 있었다.
어제의 선택은 오늘의 나로 존재하고 있었고,
오늘의 선택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내일의 나를 향해 열리고 있었다.
현재는 사라지는 '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축적하며 나를 형성하는 '선'이 된다.
나는 현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순간은 곧 과거가 되고,
그 과거는 사라지지 않은 채
나라는 존재의 일부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미래 또한
언젠가 다시 과거가 되어
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시간은 나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쌓아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하루를 단순한 반복으로 보지 않는다.
하루는 하나의 층이 되고,
하나의 결이 되어
나라는 형식 위에 축적된다.
말 한 마디,
글 한 편,
머물기로 한 선택,
떠나지 않기로 한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나를 이루는 구조로 남는다.
현재는 과거를 만들고,
과거는 나를 형성하며,
형성된 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미래는 다시 과거로 남아
또 다른 나를 이루게 된다.
존재는 이 순환 속에서 형성된다.
나는 과거로 만들어졌고,
현재를 통해 다시 만들어지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를 가볍게 여기지도 않는다.
나는 현재를 통해 형성된다.
지금 이 순간은
언젠가 나라는 존재로 남게 될
하나의 형성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의 모든 시간이 응축되어
하나의 형식으로 남게 될 때,
그 존재는 지금의 시간들이 남긴 결과일 것이다.
나는 시간을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존재의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