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형식들 (4). 시간 [에세이]

나는 현재를 통과하며 형성된다

by 책 읽는 호랭이

나는 현재에 머물러 살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현재를 살아간다고 믿어왔다.

지금 이 순간만이 나의 삶이라고 생각했고,

하루하루를 통과하며

그날의 감정과 선택 속에서 나를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하루는

더 이상 그날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말은 오래 남았고,

어떤 글은 관계의 방향을 바꾸었으며,

어떤 만남은 내 삶의 토대를 뒤집었으며,

내가 한 선택의 순간들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를 다른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시간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남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매일 현재를 살고 있었지만,

그 현재는 사라지지 않고

과거로 남아 나를 이루고 있었다.


어제의 선택은 오늘의 나로 존재하고 있었고,

오늘의 선택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내일의 나를 향해 열리고 있었다.


현재는 사라지는 '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축적하며 나를 형성하는 '선'이 된다.




나는 현재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순간은 곧 과거가 되고,

그 과거는 사라지지 않은 채

나라는 존재의 일부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미래 또한

언젠가 다시 과거가 되어

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시간은 나를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쌓아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하루를 단순한 반복으로 보지 않는다.

하루는 하나의 층이 되고,

하나의 결이 되어

나라는 형식 위에 축적된다.


말 한 마디,

글 한 편,

머물기로 한 선택,

떠나지 않기로 한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나를 이루는 구조로 남는다.


현재는 과거를 만들고,

과거는 나를 형성하며,

형성된 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그 미래는 다시 과거로 남아

또 다른 나를 이루게 된다.


존재는 이 순환 속에서 형성된다.




나는 과거로 만들어졌고,

현재를 통해 다시 만들어지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를 가볍게 여기지도 않는다.


나는 현재를 통해 형성된다.


지금 이 순간은

언젠가 나라는 존재로 남게 될

하나의 형성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의 모든 시간이 응축되어

하나의 형식으로 남게 될 때,

그 존재는 지금의 시간들이 남긴 결과일 것이다.


나는 시간을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존재의 형식이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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