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행위에 무게를 싣는 방식
우리는 결심하고, 결의하고, 결단한다.
그러나 셋은 같은 말이 아니다.
셋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결(決)로 시작한다.
막힌 물길을 터뜨려 끊어내는 글자.
흔들리는 것을 끊어 하나로 정하는 것.
그 끊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향한다.
결심은 마음을 향하고,
결의는 뜻을 향하고,
결단은 외부의 주저함을 향한다.
같은 끊음이지만,
향하는 곳이 다르다.
그래서 셋은 다른 말이다.
결심(決心).
흔들리는 마음을 끊어 하나로 맺는 것.
결심은 마음 그 자체다.
흩어져 있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것.
그 모임 자체에 이미 방향이 있다.
아직 선언도 아니고,
표출된 무엇도 아니다.
그러나 존재가 어디를 향할지가
마음속에서 확정되는 순간이다.
그렇게 결심은
존재의 방향이 마음속에서 맺히는 것이다.
결의(決意).
흔들리는 뜻을 끊어 단단하게 세우는 것.
결의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결심이 마음속에서 방향이 맺히는 것이라면,
결의는 그 방향을 향해 의지를 쏟아붓는 것.
결심이 조용하다면,
결의는 능동적이다.
결심은 마음이 모이는 것이지만,
결의는 그 마음을 스스로 밀어붙이는 것.
나는 이 길로 가겠다는 것,
그리고 그 길을 향해 나를 몰아가겠다는 것.
결의는 존재의 의지가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결단(決斷).
외부의 주저함을 끊어 행위가 나아가게 하는 것.
결단은 가장 강한 끊음이다.
결심과 결의가 내면을 향한다면,
결단은 외부를 향한다.
행위 앞에는 언제나 주저함이 있다.
가정이 흔들릴 수 있고,
관계가 달라질 수 있고,
익숙한 것들을 잃을 수 있다.
그 주저함들이 행위를 향한 발걸음을 붙잡는다.
결단은 그 앞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
흔들리지 않겠다는 내면의 닻을 내리는 것.
결단은 존재가
외부의 주저함 앞에서 스스로를 고정하는 것이다.
결심, 결의, 결단.
같은 결(決)이지만 향하는 곳이 다르다.
결심은 마음속에서 방향이 맺히고,
결의는 그 방향을 향해 의지가 쏟아지고
결단은 외부의 주저함 앞에서 존재가 고정된다.
셋 모두 행위 이전의 내면적 사건이다.
결심, 결의, 결단은 독립적이다.
순서도 없고, 위계도 없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있고,
셋이 함께 작동하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이 셋 외에도
존재가 행위에 무게를 싣는 방식은 무수히 많다.
결심 없이 한 행위,
결의 없이 한 행위,
결단 없이 한 행위.
그것도 행위다.
그러나 존재가 행위에 자신을 실을 때,
그 행위는 달라진다.
방향이 생기고, 의지가 깃들고,
주저함을 넘어선 흔적이 남는다.
행위는 비로소 그 존재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