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가능성을 마주하는 방식
우리는 매일 선택한다.
그리고 때로 결정한다.
선택과 결정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 차이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존재가 가능성과 맺는 방식이 보인다.
선택(選擇).
가릴 선(選), 가릴 택(擇).
고르고 또 고른다는 뜻이 겹쳐 있다.
선택은 복수를 전제한다.
하나뿐이라면 선택이 아니다.
A와 B가 있을 때,
그 사이에서 무언가를 집는 것.
선택의 본질은 피할 수 없음에 있다.
A와 B 앞에서 아무것도 고르지 않는 것도,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이미 하나의 선택이다.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조차 선택이기 때문이다.
존재는 선택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그리고 선택은 끝없이 쌓인다.
A를 선택했을 때,
B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그 남음이 이후의 삶에
마찬가지로 끝없이 쌓인다.
선택은 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흔적은 삶 전체에 걸쳐 이어진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는
지금까지 해온 선택들이 쌓인 결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또 하나의 선택 앞에 서 있다.
결정(決定).
결단할 결(決), 정할 정(定).
결(決)은 물이 터지듯 막힌 것을 끊어내는 글자.
정(定)은 고정한다는 뜻이다.
결정은 선택 이후에 온다.
선택이 가능성을 향한다면,
결정은 방향을 고정한다.
선택은 열린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결정은 내딛는 행위다.
선택은 여전히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결정은 그 선택되지 않음을
잠시나마 돌아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가능성들이 닫히는 것은
결정의 결과다.
결정의 본질은 내딛음에 있다.
선택한 방향을 향해 발을 옮기는 것,
그것이 결정이다.
그래서 결정은 선택보다 무겁다.
선택은 가볍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결정은 그럴 수 없다.
결정하는 순간,
존재는 하나의 방향을 향해 무게를 싣는다.
선택과 결정 사이에는
작지만 결정적인 간극이 있다.
선택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한 뒤에도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
여전히 B를 돌아보고,
고른 것을 의심하며,
다시 고르기를 반복한다.
그것은 아직 내딛지 못한 것이다.
그 간극을 건너는 것은 단순하다.
더 이상 돌아보지 않는 것.
고른 것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것.
선택 위에 의지가 얹히는 순간,
그것은 결정이 된다.
선택은 언제나 먼저 일어나고,
결정은 그 선택 위에 의지가 얹힐 때 온다.
선택은 가능성의 언어,
결정은 책임의 언어다.
선택은 고르는 것이고,
결정은 내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