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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철학 연습』

철학 입문자들, 철린이들에게 추천하는 책!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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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의 『철학 연습』 / 325p




철학도 책도 타자와의 마주침이다. 다른 이의 삶과 생각과 마주치면서, 철학은 술잔이 넘치듯 한 사람의 머릿속을 넘쳐 놀랍도록 다양한 사고 실험으로 펼쳐진다.


13p




내가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시작한 때가 언제일까? 뚜렷하게 생각나는 건 몇 달 전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다. 난 그 책에서 철학에 깊은 흥미와 즐거움을 느꼈다. 그 후, 철학이라는 것은 내 삶을 통째로 품고 있는 하나의 그릇이 되었다. 아니, 사실 내가 궁금해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모두 철학이었음에도, 내가 그것을 '철학'이라고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난 진지하게 철학을 대하게 되었고, 인류의 역사를 운반해 온 철학들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는 내 인생의 궁극적 꿈 중 하나를 철학자가 되는 것으로 말하곤 한다. 그것은 '직업적 철학자'가 아닌, '철학자 같은 사람'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다. 특정 철학을 파헤치고 연구하기보다는, 나만의 철학을 확고히 하고, 그런 나를 통해 주위의 수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그것이 철학자로의 꿈을 갖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막막하긴 했다. 도대체 철학이라는 것을 어떻게 차곡차곡 공부해야 할지 알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 때마침 내가 철학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난 이후로, 주위에 철학에 굉장히 능통한 분이 생겼다. 우리 회사의 상무님이 바로 그분인데, 난 상무님에게 철학 입문서를 조심스럽게 요청했고 상무님께서는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서너 권 정도를 추천해 주셨다.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철학 연습』이다.



사족이 너무 길었다. 어쨌든 나는 철학서를 독서라는 행위에 더불어 공부라는 행위로 인지하고 대하고 있다.



이 책은 1부에서 현대철학의 이론들을 소개해 준다. 크게는 철학적 사상을 기본을 다지는 스피노자, 키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의 철학을 말한 후 현상학의 대표적 철학자들인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틀로퐁티, 레비나스를 말한다. 그다음 구조주의와 그 후의 철학을 말하며 레비스트로스, 라캉, 푸코, 들뢰즈, 데리다를 말한다. 2부는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 것들에 철학적 사상을 접목해 해석한다. 존재, 진리, 차이, 사랑 등등이 그렇다.



정말 철학의 기본적인 것들을 꽤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쉽다고는 말 못 하겠다. 본질 자체가 어려우니, 어떻게 해석하고 풀든 어려운 건 변함이 없다. 이런 어려움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가니 당연하게 여겨져 더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 쉬운 문제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성취감이 크듯, 읽기 어려운 책 혹은 어려운 메시지를 포함한 책을 독파하는 것은 다른 독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난 일부러 각각의 철학자들의 사상에 동화되지 않으려 애쓰며 읽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철학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오직 자신이고,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자신의 철학이니까. 난 누구의 철학을 배우고 싶은 게 아니라, 나만의 철학을 발전시키고 확고히 하고 싶은 것이다. 철학을 대하는 목적을 철저히 견지한 채로, '철학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거시적 틀 안에서 그들의 사상을 엿봤다. 물론 마음에 들어서 이해가 잘 됐던 사상도 있었고, 정말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해가 안 됐던 사상도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내 철학을 정립하는 필연적 과정일 뿐이다.



지금 이 시점에, 철학이 내 삶 속에 스며든 것은 정말 크나큰 행운인 것 같다. 지금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때였기에 내가 열렬히 찾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에게, 26살인 나에게,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철학은 필요했고,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의 수많은 영향으로 인해 결국 나는 수월하게 철학을 마주했고, 공부해나가려 한다.



어느 순간에 '철학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철학자 같은 사람'이 될 내 모습이 궁금해진다. 26살인 지금의 나와 몇 살일지 모르는 '철학자 같은 사람'의 내가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금의 내가 한없이 작아 보일까? 아니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까? 어느 쪽이든 좋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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