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이렇게 단어만 떼어놓고 보니까 굉장히 낯설다. 경계에는 꽤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경계는 '구분'의 관점에서 통용되는 경계다.
나는 꽤 경계가 확실한 사람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규정을 나름 명확하게 할 수 있으며, 나와 타인을 몇몇 개념들로 구분짓는다.
경계가 확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경계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됐다. 즉,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런 생각이 떠오른 뒤로, 나를 특정한 경계 속에 규정짓는 행위에 대해서 비판적 고찰을 하게 됐다. 경계가 확실하고 스스로를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는 건 좋지만, 난 내 경계 속에서의 왕으로만 살아가고 싶진 않다. 모든 경계를 허물고 모든 인간상 속에서 빛이 나는 사람이고 싶다. 어쩌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간 전체를 포괄하는 경계와 내가 규정하는 경계를 같게 만드는 작업일 수도 있겠다.
자기암시의 일부로 경계를 만드는 '구분짓기' 방법을 활용해왔지만, 이제는 시의적절하게 구분짓기를 활용하면서 무경계 속에서의 발전 방법을 꾀해봐야겠다.
나는 어느 특정 범주 속에서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만 존재하진 않는다. 난 긍정과 낙천의 세계 속에서 헤엄치고 있지만, 그곳은 동시에 꿈과 열정의 세계이기도 하다. 사회인의 세계 속에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그것이 꿈의 세계가 아닌 것은 아니다. 대학생의 세계에서 나왔지만, 난 여전히 대학생의 세계를 관망하고 있다. 난 어디든지 관계하고 있었다.
나는 나다. 26살까지 시시각각 변해왔고,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특정 경계 속에 묶이면 안 된다. 더 커지기 위해선 모든 경계를 허물고 아울러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