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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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런 글을 써 내고 싶다. 자기만이 쓸 수 있는 글




내려놓을수록 자유롭고, 자유로울수록 더 높이 날고, 높이 날수록 더 많이 본다. 가는 실에라도 묶인 새는 날지 못한다.

새는 자유를 위해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 자체가 자유이다.

다시 오지 않을 현재의 순간을 사랑하고,

과거 분류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의 모습이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도 날개를 펼치고 있는 한 바람이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새는 날갯깃에 닿는 그 바람을 좋아한다.


205p




순간순간을 온전히 간직해 써 낸 글, 그때의 자신이 살아 숨 쉬는 글, 그리고 그 순간 현재들의 행복이 정말 진하게 묻어 있는 글. 나는 어느새부턴가 그런 글을 갈망해왔다. 그런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최근에 벅찬 순간들이나, 깊은 생각을 하게 될 때마다 글을 쓰곤 하는데, 아마도, 그 순간의 나를 담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 책은 완벽히 내가 바라는 글들의 모음이다. 언어로부터 무엇을 써 낸 것이 아니라, 무엇을 써 내기 위해 언어를 철저히 이용한 글, 완전히 독립적이며 스스로 설 수 있는 글. 문단이 없어지고 문장이 돼도, 문장이 없어지고 단어가 돼도, 류시화의 인생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활자.



다시금 또 느낀다. 내 삶이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과거의 나를 약간은 등질 수 있게 된 지금, 절대 혼자일 수 없는 지금, 더 말랑말랑해지고 포용으로 가려는 지금의 나에게 이 책은 정말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읽는 순간순간들을 오롯이 느끼고, 가슴의 벅참을 느끼는 순간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나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온전히 공유하고, 기록했다. 류시화가 써 낸 현재는 내게 색다른 현재가 됐다.



나는 과연 내 마음을 어디까지 챙기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가끔은 헷갈린다. 내가 정말 평온한 건지, 평온하다고 생각해서 평온한 건지. 나도 잘 모르는 내 진짜 모습을 도대체 누가 알까. 딱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앞으로도 계속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 수많은 외압과 내압이 있겠지만, 결코 쉽게 깨질 것 같지는 않다. 흔들리긴 해도 부러지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이 부러지기 직전의 나뭇가지여도 별로 두렵진 않다. 책 속에서 묘사한 새처럼, 난 내 날갯짓할 수 있고, 내 날개의 힘을 누구보다 믿으니까. 부러진다 한들 괜찮다. 그것 또한 양분이 되어 다음에 앉을 곳은 거기보다는 튼튼한 나뭇가지일 테니까.



뭔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을 더 느끼고 싶다. 더 가까이,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더 깊이. 모두가 내 삶에 공명할 수 있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삶이 닿을 수 있게, 삶으로 내 존재를 점철하고 싶다. 그래야 더 많이 줄 수 있으니까, 나를 비롯해 그들의 더 나은 미래에 힘을 실어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분명 글이지만, 나에겐 하나의 마음으로써 스며들었다. 류시화의 느낌을 담은 글이 나에게 흡수돼 나의 마음이 됐다.



뭔가 취한 듯 글에 쓰게 된 것 같다. 문맥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마음 그대로 써 내려간 듯하다. 그런데 별로 검토하고 싶지 않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마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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