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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

범우주적 세계관의 집대성, 파운데이션 시리즈 1탄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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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서의 양이 현저히 줄어든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함을 자각했다. 소설을 드문드문 잡아들긴 하지만, 내가 늘 집어 왔던 책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주변인들에게 추천을 구하던 중, 한 동생이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추천해 주었다. 일단, 아이작 아시모프야 뭐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모를 수가 없는 작가였고, 실제로 '최후의 질문'이라는 단편을 꽤나 인상 깊게 읽었던 터이기에 반가운 추천이었다. 거진 7편에 달하는 시리즈물임에도 불구하고, 소개를 읽고 별생각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자신의 책에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해 시리즈물이건 단편이건 상관없이 작품을 써 나가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단편 한 편을 읽었던 터라 꽤 호기롭게 책을 펼쳤다만.. 책에 빠져드는 데 꽤나 어려움을 겪었던 듯하다. 심리역사학이라든지, 이런저런 행성 및 세계관 속 언어들을 남발해대는데 솔직히 말하면 정신을 못 차렸다.




7권짜리 시리즈를 1권만 읽고 서평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에도, 2~3권의 연권이 아닌 이상 1권 1서평을 고집하는 내 불필요한 철학 때문에, 책의 내용은 없는 텅 빈 서평을 써 나가고 있다. 읽은 후 그 순간의 느낌을 적는 게 내가 정의한 서평이지만, 요즘엔 조금 깊이가 사라져감을 체감하고 있다.




얕고도 얕게 읽은 책이지만, 그럼에도 이 범우주적 세계관 속에서도 꽤나 흥미로운 점들을 몇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가지는 바로 '종교'를 이용해 각 행성을 점령해 나가는 행위인데, 이는 지구촌 역사를 그대로 떠올리게끔 한다. 세계는 끝없이 변하고, 기술이 무한대로 진보한다지만, 결국 인간 그 자체의 한계는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일까. 마술 같은 예언을 하고, 마법 같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는 어떻게 보면 현대의 신과도 같은 그들 역시 우리와 한낱 다르지 않은 인간일 뿐임을 여실히 드러내준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 (대게 대중)과 더불어 종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대게 정복자) 역시 지구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난 종교를 지지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종교를 매개로 이뤄지는 무언가들에겐 꽤 관심이 깊은 편이기에 그렇게 오버랩되는 듯하다.




왠지 모르게 인류 본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게 하는 느낌이 든다. 먼 미래의 이야기인 범우주적 세계관의 구축 과정을 보면서, 현재 세계의 구축 과정을 되살펴보는, 머릿속 시간의 역행을 가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다분히 의도됐다고 본다. 아이작 아시모프도 우리랑 같은 현대의 인간이니까.




아이작 아시모프는 내 지식 선에서는 상상도 못할 것들을 소재로 삼는 것의 달인으로 알고 있는데, 적어도 이 파운데이션의 시리즈 1권은 충격적으로 창의적인 느낌은 아니다. 내가 읽었던 '최후의 질문'이 훨씬 상상 너머의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괜히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을 쓴 작가의 책을 읽어서 반가운 마음이 든 책이었다. 시리즈 전권을 독파하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속도로는 올해 안에 가능할지조차 가늠이 안 간다), 언젠가는 끝까지 읽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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