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재훈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 덴마크』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와 대한민국은 양극에 있다

by 책 읽는 호랭이
KakaoTalk_20210313_063442299.jpg





더불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개성과 장점을 발휘하는 문화. 저마다의 역할이 있는 법! 승부의 결과로 서열을 매기지 않는 문화. 능력 차이는 신분 차이가 아니야. 다양하고 꾸준한 기회를 제공해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문화. 간단하게 가질 건 갖고 나눌 건 나누자는 문화. 뛰어난 건 인정하되 독식하지 않는.




능력주의를 비판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은 뒤,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감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대표님께서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 덴마크』를 읽어보라고 추천을 하셨다. 덴마크의 문화와 능력주의를 결부시켜 다시금 『공정하다는 착각』을 돌이켜보라는 뜻이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덴마크의 행복지수는 명백하게 능력주의와는 정반대에 위치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지표인 듯하다. 능력주의는 암묵적으로 뛰어난 자의 독식을 허용하지만, 덴마크는 뛰어난 자의 독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뭐랄까. 능력주의가 팽배한 한국과 그렇지 않은 덴마크는 근본적으로 삶의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그 원인은 바로 '인간에 대한 신뢰'다. 덴마크 사람들이 막대한 세금을 내도 불만이 없는 이유는 돈이 나쁜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신뢰 덕분이고, 어떠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삶을 개척해나가는 것도 나라에서 자기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의 경우, 막대한 세금에 온갖 불만을 표출하고, 자유롭게 삶을 개척해 나가지도 못한다. 잘리면 백수 생활로 인생이 꼬여버릴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신뢰의 유무다.




한국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정부패가 팽배한 사회가 어느 한 개인의 사고 때문은 아니다. 명백히 말하자면, 우리는 신뢰를 가진 채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속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이미 한국과 덴마크는 양극단에 서 있었다. 그래서 현재 살아 있는 한국인과 덴마크인 모두 그런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덴마크인들의 삶이 더 나아 보여도,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도 '이미 그런 세상'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끼친다. 모름지기 덴마크의 저런 행복과 삶은 사람에 대한 '숙성된' 믿음이 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사람을 향한 믿음이 선순환의 꼬리를 물고 물어 지금과 같은 행복지수 1위의 덴마크를 만들었고, 사람을 향한 믿음이 악순환의 꼬리를 물고 물어 지금과 같은 한국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 살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자식만큼은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다고. 경쟁해서 누군가의 우위에 서서 성취를 이뤄가는 것 자체가 삶의 동기부여가 된 내가 덴마크 같이 어떻게 보면 경쟁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는 사회에서 열정 가득히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과 비교되는 문화들을 글 또는 영상으로 접할 때면, 나는 참 한국에 최적화된 사람이구나 하며 스스로를 평가한다. (옳고 그름은 판단할 수 없겠다만)




삶의 주체성을 어린 나이에 습득하게끔 지원해 준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게 어떠한 사회적 부담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내가 저런 곳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문화다. 내가 조금 더 어린 나이에 지금 깨달았던 것들을 알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운 내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을 해본다.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한국은 내가 날개를 펼치기에 좋은 곳이라는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앤드류 맥아피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