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선택을 하는 이는 인간들이다. 따라서 선택 설계자는 가급적 그들의 삶에 이로움이 더해지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최근 들어, '변화'에 대한 나의 관심이 입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의 이런 관심사가 낯설지만 반가운 이유는 또 다른 인생의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나 스스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자가 성장만을 목표로 했다면, 지금의 나는 '조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자가 성장은 물론 동료의 성장을 같이 도모하고자 한다. 나는 '나의 환경'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한 차원 높은 '우리의 환경'을 바꾸고 싶은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변하게 하고픈 조직은 단연 회사다. 입사한 지 갓 1년 된 내가 무슨 수로 이렇게 40년을 영위해 온 회사를 바꾸겠냐 싶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회사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렬하게 느끼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변화가 간절히 필요한 곳임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고, 변화가 간절하다고 몇몇이 호소하고 있었기에, 난 안주할 수 없다.
어느새, 몇몇의 사람들이 기존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그만큼 많이 현 문제에 대해 호소하긴 한다.)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근본적인 문화적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승진아, 너가 문제점을 끊임없이 말해줘야 한다.', '승진아,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 그건 정말 바꿔야 된다.'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고, 나 역시 그들이 바라는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조직의 변화는 절대 혼자서 이룩할 수 없음을 상호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각각이 회사의 조직적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입사한 지 수년에서 십수년된 분들이 문제를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 다만 굴복해 묵인했을 뿐이다.),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불씨조차 피어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내 추측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고. 말단 신입이 도대체 무슨 변화를 꾀하겠는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바라고, 변화에 내가 동행하길 바란다. 그리고 변화에 내 능력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나도 느끼고 있다. 내 능력이 필요함을. 조금이지만 회사는 변화하고 있다.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된다.
서론이 매우 길었지만, 이런 의미에서 나는 『넛지』를 집어 들었다. 조직을 바꾸려면 각각의 개인들에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변화엔 개인의 변화가 필수적이고, 조직은 개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변화는 필히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게 돼 있다. 오직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동일한 상황과 조건이라도 영향력을 더 긍정적으로 끼칠 수 있는 넛지였다. 선택 설계자로서, 개개인들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다.
목적이 분명했기에, 어쩌면 이 책이 주는 보편적 유익함은 나에게 온전히 다가오지 못했음을 느낀다. 후반의 구체적인 사례들은 솔직히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 관심은 오로지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어떻게 넛지를 적용시킬까'에 있었으며, 회사의 모든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며 올바른 넛지를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상상했다.
보편적 유익함을 포기하는 대신, 실제적으로 명확히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취할 수 있었다. 유감스럽지만 다른 감상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난 분명히 넛지를 회사에 적용시킬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훌륭한 넛지를 가하는 문화를 구축해나갈 것이다. 분명히 난 할 수 있다. 모든 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