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책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타고났다 해도 가만히 서 있는 자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이 책이 한국에서 30만 부 이상 팔렸다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면서도, 한국의 한국의 한 구성원으로서도 꽤나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유튜브로 폭발적인 인지도를 얻은 인사인 만큼 조던 피터슨의 화술에 호기심이 생겨 '이 사람의 책은 어떨까'하는 마음에 책을 집은 사람도 굉장히 많으리라. 독자 중 대부분은 젊은이라고 띠지에 적혀 있는데, 그 이유가 과연 콘텐츠에 매료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 유튜브 유명 인사의 책이기 때문일까. 계기가 무엇이든 삶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끌어 가야만 한다는 그의 사상은 젊은이로 하여금 가슴이 끓게 만드는 무엇이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해라, ~하라'와 같은 단정적 어조를 상당히 경계하는 편이다. 세상은 예측할 수 없고, 환경이 다른 개개인의 세상은 더더욱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명령식 어조에 본능적으로 비판적 견지를 내세운다. 그리고 반문을 던진다. '그건 그런 경우일 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요?' 와 같은. 이런 비판을 피해 갈 수 있는 명령식 어조는 과거로부터 전해 온 클리셰 같은 격언을 내뱉는 것이다. 수천수억의 사건이 스쳐간 세월이 묻어 있는 격언들은 현대에도 그 뜻이 온전히 현자의 것을 띄는 것이 많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그런 경우다. 목차에 기술돼 있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보고 있자면, 그 뜻을 어떻게 전달하냐를 차치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격언들이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등과 같은 격언은 누구나 쉽게 내뱉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격언은 핵심이 그 뜻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게끔 전달하느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조던 피터슨은 격언을 독자로 하여금 가슴에 새겨 넣는 작업을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경험 -> 논리 구축 -> 해라! 식의 서술 구조가 참으로 좋았다. 조던 피터슨의 확신이 가득 찬 마인드로부터 나오는 글이 격언에 폭발성을 부여했다. 나도 몇몇 챕터에서는 머리가 저리는 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와...' 하면서 고개를 절래절래하며, 형광펜을 칠하고 있는 내 모습을 자각할 수 있었다.
머리를 저릿하게 만들었음에도 내가 서평 초두에 완벽하지 않은 책이라 기술한 이유는 분명하다. 굉장히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런 진부함이 보였다. 흔히 자기계발서를 절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말들을 한다. '자기계발서는 목차만 보면 된다.' 이 책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목차만 보고, 각 챕터의 후반부 2~3장만 읽어도 괜찮은 구성이다. 이 점으로 인해서 책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가절하될 만한 꺼리(?)를 갖고 있어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다.
내 삶의 온도가 더욱 올라간 것 같다. 자신의 삶에 확신이 가득 찬 이 글들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확신에 가득 찬 내 삶을 글로 옮겨보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형편없는 글이겠지만, 독자는 느낄 수 있을까?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확신을. 설득되진 않더라도 내가 제시한 삶의 방향에 적어도 나만큼은 완전 몰입 상태에 있었음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 제목은 이런 거 아닐까?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뭐 이런? ㅎㅎ
상상만 해도 즐겁다. 책에 어떤 내용을 써야 되나 고민하는 것이 아닌, 내 삶 전체를 책에 어떻게 녹여야 될까 고민하는 그 순간들을 상상만 해도,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띠어진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긴 하나, 언젠가는 '작가'라고 불리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내 책에 감명을 받아 감사함을 표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너무 즐겁다. 내가 마주하게 될 내일내일들이 설렌다.
매일매일이 동기부여다. 매일매일이 너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