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는 은밀한 폭로자나 다름없다. 아비투스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폭로한다.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당신과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당신의 무엇을 믿어도 되는지, 그리고 당신이 거기에서 어떤 기회를 얻는지.
도리스 메르틴은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요소를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 총 7가지로 정의한다. 단순히 7가지 자본을 설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최상위 아비투스'를 지향점으로 두고 그것의 특징을 소개해 독자로 하여금 도달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
명확히 계층으로 구분 짓는 아비투스는 '중산층 아비투스'와 '최상위 아비투스'다. 전자는 치열하고 늘 열심히 사는 반면, 후자는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작가는 두 아비투스의 비교를 통해 한 쪽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사회적으로, 본능적으로 더 위로 상승하고자 하는 독자의 인간 근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듯하다.
역시 이런 책에는, 내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난 '최상위 아비투스'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 내가 부족한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삶을 꾸려나감과 동시에, 내가 충분하거나, 보완에 큰 변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정진해 나가는 삶을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일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없다.
일단 심리자본.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심리자본은 지금의 내 심리의 근간이 되는 요소를 잘 유지한 채로, 더 긍정적이며 냉철한 부분을 덧붙여 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심리적으로는 '최상위 아비투스'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느껴진다. 웬만하면 잘 요동치지 않으면서, 늘 열정으로 끓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내 심리적 안정을 지키기 위한 무의식적 방어 장치들이 많이 체화돼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두 번째 문화자본. 일단, 독서가 삶의 일부가 된 내 모습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최상이 아비투스'의 문화자본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문화자본 자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난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난 바로 실행을 계획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미술 전시회 혹은 피아노 콘서트 등 음악 관련 콘서트를 가볼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계획이라 이미 저번 주 주말에 피카소 전시회에 갔다 왔다. 확실히 느꼈다. 미술과 음악에 정통한 것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세 번째 지식자본은 (스스로가 평가하기에) 충만한 심리자본과 문화자본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최상위 아비투스'를 위한 지식자본에 다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 자신감이 생긴달까. 아직 많이 부족함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나, 그 부족함을 묵묵히 채워나갈 수 있음 역시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네 번째 경제자본이 가장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기초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닌, 자수성가를 해야만 하는 내 환경에서만 생각하면 가장 어려운 자본이 아닐까 한다. 지금도 꾸준히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투자나 저축 등을 하고 있지만, 경제자본은 필수적으로 퀀텀점프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충만한 다른 자본들을 통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경제자본을 채워나가야 한다. 아직 어리니까 가능하다!!
신체자본, 사회자본 역시 나는 굉장히 만족한다. 이미 운동이라는 것이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거동이 불가능한 그날까지 나는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서로 정도가 비슷해야 한다. 그래야 비약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 주변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마치 내가 신의 은총을 받은 사람인 것처럼 나를 도와주는 사람,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로 주변이 가득하다. 그리고 나도 그들을 도와주고 인정한다. 무한의 선순환 속 사회자본은 더 단단해진다. 나를 저 앞에서 이끌어주는 사람,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난 내 사회자본이 굉장히 충만하다고 생각한다. 더 충만해질 거지만!
요소 하나하나만 보면, 꽤 나는 괜찮은 아비투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은 그런 나를 인정하고 보완하면 된다. 인정만 하면 참으로 쉬운 것이다. 충만한 부분은 지금 그대로 가꿔나가면 된다. 어차피 나의 충만한 심리, 문화, 지식, 신체, 사회 자본들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나만 특출나다고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각각의 자본들이 충분하다고 자각하는 순간, 아마 나는 굉장한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