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자유에 대한 끝없는 고찰
자유의 기본 원칙, 즉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12p
흔히 범접하기 어려운 책으로 알려진 OO론 중 읽기가 어렵지 않다는 지인의 평에, 당일 바로 구매해버린 자유론. 인생의 작은(?) 목표 중 하나가 현재까지 전해져 오는 고전/철학의 명작들인 OO론을 모두 읽는 것인데, 그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는 만큼 더 경건한 자세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일단, 이 책에 '읽기가 어렵지 않다'라는 수식어가 어째서 붙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150년이 지났음에도, 밀이 주장하는 어떤 자유에 대한 의견과 주장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다.
내 생각에 자유에 대한 밀의 천명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밖에 없다. 한 측면만 고수하는 것이 아닌, 그 반대의 측면에서도 주장을 고려함으로써 더욱 주장을 견고하게 만들고, 폭력적이고 과격하게 일방향적 논리를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밀은 자유주의를 말하면서도 사회주의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사회라는 큰 틀 속에서, 즉 보편의 삶이 가능한 정부의 규제/통제 안에서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미의 연장선상으로 밀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우리는 자유로워야 한다.'라고.
읽다 보면 밀이 얼마나 자신의 '자유론'에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다. 지적받을 만한 모든 요소를 스스로 검토하고, 그것마저 자신의 '자유론'에 녹여낸 느낌이다. 한 논리의 변증법에 끝을 달린 느낌이랄까? 밀의 '자유론'을 인용한 한 문장에서도 이러한 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은 자유로워야 한다.' 사실, '개인은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주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타인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밀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이라는 수식을 달았을 것이며, 이에 대한 완벽한 논리를 구축한 게 아닐까 싶다.
또한, 성숙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유를 누리게 해 주면 안 된다는 약간은 과격한 그의 주장에서도 자신의 '자유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미성년자 뿐만 아니라, 그는 교육이 덜 된 사람이나 형편없는 사람들을 성숙하지 않는 사람으로 포괄한다. 다른 측면이긴 하지만, 능력주의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능력주의의 관점으로 자유론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꽤 참신한 감상이 나올 듯하다.
사실, 밀이 주장하는 자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자유롭고 싶은' 인간의 모든 행동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향이 유해한지 무해한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믿는 내가 해 왔던, 하고 있는, 할 것들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진 않았을지, 끼치고 있진 않을지, 끼칠지는 않을지 내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그게 가능한지도 의문이고.
아니면, 사실 자유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심오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행위 자체가 자유다.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있으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인간은 혼자일 때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환경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을 때야말로 자유다. 진정한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