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의 관점에서 철학을 입문하기 아주 좋은 책, 거기다 만화책!
같은 강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철학적 사유의 인풋을 많이 넣어주기 위해 비교적 쉽게 풀어진 입문서를 찾고, 구매하고 있다. 철학에는 분명히 그쪽 계열만의 사고 방식이나 흐름이 분명히 있다. 일종의 규칙적인 메커니즘 혹은 알고리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내가 읽어 왔던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나만의 철학을 굳건히 세우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위해서는, 여러 철학자들의 사유와 그 통찰력을 배우기 전에 그들이 그들의 사고 회로를 이해하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어메이징 필로소피』는 ①논리 ②지각 ③마음 ④자유의지 ⑤신 ⑥윤리학 이 여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리학, 인식론, 형이상학, 가치론의 큰 줄기 아래에서 유명 철학자들의 사유를 소개하고, 충돌시킨다. 시대별 철학자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명확히 이해한 채로 독서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등장하는 철학자는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데모크리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토마스 홉스, 르네 데카르트, 존 로크,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조지 버클리, 라메트리, 흄, 칸트, 윌리엄 페일리, 제러비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찰스 다윈, 니체, 앨런 튜링, 데이비드 차머스 총 23명이다. 논제마다 굉장히 짧게 등장하는 철학자도 있고, 비교적 비중 있게 등장하는 철학자도 있다.
일단, 만화책의 형식이고 집필 의도 자체도 입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철학 겉핥기로 생각해야 책에 대한 평가가 편향되지 않는다. '어느 철학자가 무엇을 이야기했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정도를 탐색하고 알아보는 시간'이 부제에 어울릴 것 같다.
만화책으로 철학책을 읽는 건 처음인데, 확실히 이해가 더 잘 되는 감이 있다. 만화책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이 책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점은 현대의 관점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철학서를 탐독하고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우려고 무던히 노력한다고 한들 우리는 어쨌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통제할 수도 없다. 그런 한계(가 정확한 워딩인지는 자신 없으나)를 명확히 반영하여 논리를 전개한다. 가령, 철학적 사유의 근본을 물어가는 질문에 '결국은 신이다!'라는 대답에 질색을 표하는 둥 현대인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논리, 논거에는 깔끔하게 철퇴를 가한다.
그래서 꽤나 현대의 과학의 기준에서 과거의 철학을 재단하는 뉘앙스도 있긴 하다만, 그때 그 당시의 모든 논리와 논거를 있는 그대로 흡수한다고 한들 현대인 속에서 그것은 '미친 소리'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러모로 현명한 관점을 책에 잘 녹였다고 생각한다.
책장에 철학책이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철학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허투루 하는 독서가 거의 없어진 지금 이 순간에 철학에 대한 지적 탐구욕이 끓어오름은 스스로가 발현시킨 것이지만 감사함을 느낀다. 내 자유의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한 모든 행동으로 귀결됨을 의심해본 적 없다. 멈추지 않고 더 커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