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순간마다 찾아오는 인생의 길잡이, 철학
나는 궁금하다. 짧은 두 마디 말이지만 그 안에 모든 철학의 씨앗이, 그 이상이 담겨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과 돌파구는 이 두 마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궁금하다.
42p
친구가 내가 떠오르는 문구라며 올린 책 속의 문구를 보고 바로 책을 구매했다.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 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다. 깊은 공감과 함께 나를 나만큼 잘 아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가슴속에서의 끓음이 느껴졌다. 사실 그렇다. 어떤 사람도 나를 해칠 순 없다. 누군가가 내 삶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오로지 내가 결정한다. 이해의 영역에서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진짜 그렇게 선택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어떤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따로 그의 철학이 담긴 저서를 읽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제안하는 삶의 철학을 내 존재 뿌리 깊이 내린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점점 철학을 느끼고 있다. 철저히 내 존재를 중심으로, 모든 철학은 나를 감싸고 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들마다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철학자의 사상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나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내가 철학을 탐구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 결과론적 관점에서는 차이가 없겠으나, 과정 속에서 내가 철학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철학은 자연스레 내게 스며들게 되었다.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또 하나 신기한 것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내가 잘 모르는 철학자의 철학조차도 내 삶 속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보면 기원전부터 이어져 온 철학에는 공통의 기조가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필사적인 노력, 무엇이든 의문을 가지는 절정의 호기심 상태, 왜 보다는 어떻게를 묻는 결과주의적 성향을 배제하는 태도. 모든 철학은 사실 여기에서 시작한 게 아닐까? 자아를 의식하면서부터 말이다.
그렇게 이 책은 철학을 온전히 받아들인 한 사람의 에세이 같은 책이다. 삶의 순간마다 철학자들을 떠올리며 잃어버린 방향을 되찾는, 그들의 철학을 본인의 삶에 충분히 녹여내기. 철학을 탐구하려는 직업적으로 철학을 다루는 게 아닌 이들은 궁극적으로 이런 모습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
'루소처럼 걷는 법'
'소로처럼 보는 법'
'쇼펜하우어처럼 듣는 법'
'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간디처럼 싸우는 법'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세이 쇼나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는 법'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는 법'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는 법'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
'몽테뉴처럼 죽는 법'
삶의 모든 순간에 대해서 위대한 철학자들이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나와 있다. 위에 나오는 동사들은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어느 철학자의 어느 것들을 배우고, 따라해나가다 보면 결국 '나처럼 사는 법'이라는 하나의 철학이 완성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원하고 있지 않을까? '나처럼 사는 법', 마침내 '나처럼 사는 법'을 깨닫는 것. 수많은 철학적 사상이 더해져 결국 내 삶을 이끌어나갈 최후의 철학을 완성하는 것. 나는 강렬히 욕망한다. 온전히 내 존재 자체로 내 삶을 이끌어나가는 것. 내가 있기에 삶이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