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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스 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파리 리뷰' 『작가라서』의 확장판이랄까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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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최고니 최악이니 하는 것들 모두 '생각'의 결과물이나 마찬가지다. 문화, 사회, 경제, 정치의 모든 영역에서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이 높아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하고 열려 있는 대화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지식과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21p




2년 전에 '파리 리뷰'에서 출간한 『작가라서』라는 책을 읽었다. 서평도 쓰고 운 좋게 내 인생 유일하게 돈 받고 원고(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도 쓴 책이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각설하고 해당 책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문학, 삶 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가득 담고 있다.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라서』와 다른 점은, 주제가 전 세계를 주제로 하는 관심사라는 점과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 석학들이 인터뷰이라는 점이다.



산발적인 주제에 산발적인 인물들이 대답하다 보니, 깊이감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적재적소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생각을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됐든, 현시점의 세계 석학들의 주관을 들여다보는 글이기에 다소 좌파스러움은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주관적으로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를 주제로 하는 이 책에서 난 유독 정체성, 리더십, 기업가정신에 꽂혔다. 정체성이야 늘 잃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고,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당연하다 치지만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은 꽤나 색다르게 가슴속에 와닿았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직장을 다니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드는 문구. 직원처럼 일하는 게 아닌 사장처럼 일하기. 마치 내가 다니는 곳이 내 회사인 것처럼 일하기. 사실 말도 안 되는 말이기도 하다. 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내 것처럼 할 수 있을까.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이렇다만, 이 말에는 단지 '주인 의식'만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고작 사회에 나온 지 1년 조금 넘은 나지만,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느냐 아니냐는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 성과에서부터 장기적 성과에까지 절대적이고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내 것이니까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내 일이니까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지'라고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심플하다. 내 기준엔 이게 기업가정신이다. 중심은 '기업가'가 아니라 '정신'이다. 기업가가 아니니 기업가 같은 정신만 갖추면 된다. 우리 모두는 자유자재로 뛰어난 기업가정신을 갖출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속는 셈 치고 이렇게 몇 달만 일해보면, 모든 게 바뀔 것이라고 장담한다. 적어도 내가 그랬다. 지극히 평범한 나조차도 가능했다.



지식인들의 생각을 엿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나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고, 언젠가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기도 해서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에 내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가 이 주제들을 생각했을 때 어떤 답변을 하고, 이들의 생각에 동조할지 강하게 비판할지 그게 궁금하다. 그런 생각에 빠져들면 가슴이 두근댄다. 생각을 바꾸는 생각을 접한 나의 생각들이. 그때의 내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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