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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마침내 만난 영적 스승, 인생의 순간마다 찾아 펼치게 될 삶의 지침서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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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듯이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초조해하는 것이나 자포자기해서 무기력한 것이나 가식이 없다면, 그것이 인격의 완성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마주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철학. 나는 마르쿠스의 삶의 철학을 아주 일부 담은 그 파트에 강하게 끌렸고, 구매했고, 읽었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독서 시간이 꽤나 걸렸던 이유는, 마치 글을 쓰듯이 책의 활자들을 곱씹어나갔기 때문이다. 어느 한 문단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한 문장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한 단어도 그 뜻을 명확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꼭 그렇게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서서히 자아에 대한 인식을 시작하게 된 시점부터, 나는 스스로 '자기 통제', '마인드 컨트롤' 등을 내 장점으로 여겨 왔다. 아마, 예전에는 포괄적인 개념 속에서 나를 위치해 놓고 '나는 절제를 잘 한다, 하고 싶은 걸 잘 참을 수 있다'라는 등의 직관적 대응만 해 왔다. 자아 정체성에 대한 확립과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탐구 중 나는 여전히 내 강점을 자기 통제와 마인드 컨트롤로 얘기하곤 하지만 (많아지긴 했다), 강점에 대한 메커니즘 자체가 바뀌었다. 강점의 근거를 내 모습에서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모습들이 강점이게 된 것이다. 내가 절제를 잘 해서 자기 통제를 잘 하는 게 아닌, 자기 통제를 잘해서 절제도 잘 하게 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강점을 선행으로 두고 내 모습을 후행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내 모습을 선행으로 두고 나에 알맞은 강점들을 후행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자아를 전지전능하게 다루는 그 누구보다 숙련된 존재다. 내가 책에서 봐 왔던 그 어떤 위대한 위인들보다 완벽하게 자아를 통제한다. 그의 삶에 좌절과 실패는 있을 수 없다. 보편의 좌절과 실패는 그에겐 성공의 과정이다. 그의 인생에는 부정이 있을 수 없다. 자기합리화의 신이다. 흔히들 자기합리화를 안 좋은 뜻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온 세상의 중심을 자신에게 맞추고 나면 자기합리화만큼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과욕은 유한하고 나약한 인간의 삶 앞에 굴복시키고, 좌절과 실패는 언젠가 도래할 성공의 순간 앞에 용납하지 않고, 자만은 위대한 위인들의 삶 앞에서 가치를 잃게 한다. 마르쿠스는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그의 삶은 그 어떠한 것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우주의 중심에 자기를 위치해 놓고 완전무결한 절대 요새를 만들어 삶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는 모조리 절멸시킨다.



나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빗대어 표현하긴 말도 안 되게 미숙한 나이지만, 비슷한 측면이 있다. 나도 세상의 중심에 나를 놓고 요새를 만들었고, 마르쿠스처럼 완전무결한 요새를 만들기 위해 삶을 가꾸고 있다. 현재의 내 삶은 내가 구축한 수준의 요새에 의해서 절멸되는 수준의 위협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 어떤 것도 나를 상처 낼 수 없다. 현재까지는 모든 것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치료해 주는 것들로써 '존재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것들이 나에게 도전해올지 모른다. 아직 나는 너무나도 나약하다. 그래서 요새를 더욱더 강하게 구축해야만 한다. 모든 것을 삶의 동력으로써 작동하게끔 해야 한다. 마침내 만물들이 내 삶의 지향점을 위한 부품들이 되는 순간까지. 아마, 죽는 순간까지 완성은 없을 것이다. 유한함을 알기에 더욱이 무한한 것처럼 힘쓸 수 있다. 마르쿠스의 말처럼, 언젠가는 죽어서 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만, 삶에 대한 미련은 없어야 되지 않을까. 죽어서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소멸해도 괜찮을 수 있을 정도로, 내 인생에 정진해야 하지 않겠나.



마르쿠스는 내 영적 스승이자, 마침내 내가 되고 싶은 한 '인간'임과 동시에 마침내 내가 구축하고 싶은 한 '정신'이며, 『명상록』은 내 삶의 지침서이자 내 삶이 기회를 마주했을 때, 위기를 목도했을 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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