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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aCola Aug 24. 2016

당연한 것들

어떤 P2P 스타트업의 당연한 도전

 나는 현재 P2P렌딩 플랫폼에서 근무중이다. 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 느꼈던 기존 금융기관의 구조상 비효율성을 IT를 이용하여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합류했으며, 비슷한 뜻을 품은 동료들과 함께 즐겁고 ‘빡세게’일하고있다.


 회사에는 다양한 업무들이 있다. 전략, 마케팅, 운영, 리스크, 개발 등등 다양한 파트로 구성이 되며 스타트업답게 하나의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의 주된 업무는 바로 대출자를 심사하는 것, 즉 우리의 상품인 ’개인신용대출채권’에 대한 심사이다. 가장 첫 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회사는 투자자와 대출자가 만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플랫폼에 양질의 상품을 많이 올려야만 한다. ‘양질의 상품’, 이것은 인류가 최초로 시장을 운영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했던 5,000년 전 4대 문명 시절에서도 당연시되던 것이었다. 이 조건이 깨지는 순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오프라인 시장과 온라인 플랫폼은 순식간에 망가지게 된다.


 물론 우리회사는 핀'테크’ 기업이기 때문에 IT를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대출 신청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최적의 대출 조건을 제시한다. 인터넷을 통하여 24시간 연중무휴, 전국에서-가끔 해외에서도-들어오는 수많은 대출 신청을 나같은 사람이 전부 처리한다면 이는 핀테크 기업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처리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추가적으로 인력이 채용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기존 금융기관의 과거 성장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마찬가지로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되어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를 저격하는 뛰어난 IT기반 회사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 회사의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대출 신청의 상당수는 고도화 된 내부 심사 모형에 의하여 자동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 중 내부 평가 모형에 의하여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 일부 존재하는데 그러한 신청자들의 심사를 내가 담당하고 있다. 대출자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모형에서 산출한 데이터를 조금더 꼼꼼하게 살펴보아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심사 과정 속에서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것들에 대하여 근원적인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홍길동이란 사람이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신청한다고 해보자.  홍길동에게 부여할 수 있는 신용 대출 한도를 구한다고 하면 그의 1년 소득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신용 대출액을 차감하여 한도를 산출했다. 아주 간단한 사례이긴하지만, 이런 식으로 수십개의 대출 상품마다 각각 한도 및 금리 산출 방식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회사에 와서 내부 모형에서 판단이 어려운 영역을 담당하다보니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이게 왜 그런거지?'


 그렇다. 공식처럼 외웠던, 마치 성경에 나오는 문구같았던 말들에 대한 의구심이 든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러한 규정과 조항의 출생 배경에 대하여 의심을 품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내가 볼 땐 분명 더 대출이 나가더라도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규정상 더 못 나갔던 사람들과 그 반대의 케이스들도 충분히 있었다. 금리의 경우에도, 기본금리와 가산금리에 상품 가입하면 인하되던 금리를 당연하게 통보하던 그 '당연한것들'에대한 의문이 이제서야 들었던 것이다. '상품마다 다른 조건이 아닌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을까?'


 우리 회사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대출신청자의 상환능력과 상환의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적절한 대출 한도와 이자를 제공하는 것' 이기 때문에 이를 구하기 위해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굉장한 고민을 했었다. '정말 이 사람의 상환 능력은 얼마일까', '이 사람에게 적합한 최적의 금리는 무엇을까'. '이런 고민들을 자동화하여 모델에 반영하여 조금 더 정교하고 고도화되게 수정할 수는 없을까'. 이러면 그 다음 고민은 점점 더 철학적이 되곤 한다. '상환 능력, 상환의지란 대체 무엇일까?'. '결국 한도와 금리는 리스크의 영역일까? 마케팅의 영역일까?'. 초창기에 이런 논의로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존에 생각하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도전이기도했고, 초창기 기업이기 때문에 당면해야하는 내부 기준의 확립 과정이기도 했다. 팀 내 똑똑한 분들이 너무 많아 가끔은 논의가 벅차기도 했고 더 나아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굉장히 뿌듯했다. 이 과정속에서 우리는 정말 순수하게 '당연한것들' 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자 했고, ‘고객에게 순수한 최적의 이자율과 한도’를 구하려 했다. 우리가 중간에서 취해야 할 것만 같은 우리의 이익에대한 이야기도 없었고, 대출조건을 조절하는 것을 통하여 조금 더 사람이 많이 찾는 플랫폼을 만들자 라는식의 주장도 이 과정 속에 없었다.



초창기 최적의 값을 구하기 위한 논의


             


  대출자의 상환 능력과 상환 의지 외의 요소에 의하여 대출 금액과 이자율이 결정되는 것들에 대하여 그 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을지 모른다. 빠르고 쉽게 쓸 수 있는 돈은 비싼 돈이며, 돈을 싸게 써야할수록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에 대하여 무감각해져 별다른 생각을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상품을 많이 가입하면 금리가 저렴해지는 것에 대하여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없이 계약서에 서명을 해왔을 수도 있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을 수도 있다.


  현재 대출 시장은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서 각각의 금융기관이 나누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형태다. 거대한 대출 시장을 계단형 그래프처럼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때문에 각 업권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하여 금리의 계단효과를 경험한다.계단처럼 벽이 형성되어 있는 각각의 시장속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비대해진 금융기관의 여러가지 요소들에 의하여 왜곡된 결과물들을 대출자들은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이러한 계단형 그래프가 아닌, 모든 대출자에게각각 적합한 금리과 한도를 제공하고자 한다.  모든 대출 신청자를 승인하겠다는 뜻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상환능력을 갖춘 대출 신청자에게 적합한, 왜곡되지 않은 최적의 대출금액과 금리를 IT를 이용하여 빠르고 간편하게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이것이 우리의 '당연한 것' 이 된다.




심사 결과에 대한 피드백 회의 - 내가 잘 나온거 같아서


 P2P 렌딩 플랫폼은 중금리 대출만을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IT를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저비용고객 친화적 대출 서비스가, 어느정도 우리의 노력을 통해 자리를 잡는다면개인 신용 대출을 취급하는모든 금융기관에 비하여 절대우위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업에서 '빠르고 정확하고 저렴하고 간편한 상품' 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역시나 우리도 끊임없이내부 심사 모형과 심사 기준과 메뉴얼을 개선해나가면서 발전시키고 있지만 우리가 설정한 목표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고 계속하여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이게 스타트업이고 도전이란 걸 느끼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것을현실로 만들어 사회에 내보였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기존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면, 그때는우리가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이  '진정한 당연한 것들' 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오늘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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