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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랑 Jul 01. 2019

투자는 분석부터, 분석은 노가다?

개인투자자와 비상장투자자를 위한 산업분석하기 (서론)

저는 테헤란로에서 주로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에 근무하면서 직업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기도 하고, 그보다 성숙한 기업을 인수합병하기도 하죠. 직업적인 의무는 저희가 조성한 펀드에서 정의된 투자와 회수를 통해 출자자에게 수익을 드리는 것이지요. 물론, 일로서가 아니라 개인자산 증식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상장주식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의 고향, 테헤란로

코스피,코스닥 등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과 기업은 기본적으로 회계적인 투명성을 갖추고 있고, 회계법인이 감사를 할뿐더러, 자신의 사업과 주요한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업보고서 및 각종 공시를 통하여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분석을 하죠. 애널리스트들은 산업과 회사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분석의 질도 높습니다. 이들이 일하는 리서치 센터는 양질의 산업보고서나 서비스를 유료로 구독하고, 노가다(?)를 대신하는 RA도 있죠. 애널리스트들의 자원과 노력, 그리고 법적 의무들로 인하여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보를 갖추고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헷지펀드 매니저들이 드론을 띄워서 테슬라의 출고차량 대수를 셀 정도로 더 나은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투자하는 비상장기업, 더구나 초기기업으로 갈수록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는 산업일 수도, 제가 주된 고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산업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적습니다. 가끔씩은 회사 스스로도 그러한 정보를 잘 모르거나,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혹은 경쟁자가 누군인지, 어떤 정보가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죠. 그래도 잘만 하는 회사도 있고요! 

가끔씩 원펀맨 같은 회사들이 있죠...

그러나, 벤처캐피탈의 심사역은 이러한 기업을 분석해서 투자 타당성과 수익성을 분석하고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하므로 상당한 고난에 빠지게 됩니다. 더구나, 투자의 규모(적게는 5~10억원)가 작고 투자를 할지 안 할지 불확실하다 보니, 분석과정에서 비용을 쓰는 것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유료 보고서가 적게는 몇백, 몇천만 원이고 컨설팅업체는 언감생심이고요. 즉, 돈 없이 몸으로 때워야 하죠. 10억원을 투자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면서, 그걸 분석해보는데 5천만원을 쓴다고 하면 싸대기 맞겠지요. 한 끗에 5억은 태워도, 패 한번 까 보는데 5천을 태워? 

철용이 형님한테 혼나겠죠? 우리가 원하는 건 "묻고 떠블로 가"인데...

그런데 사실은 남의 돈을 운용해주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분석의 질이 요구되죠.... 그러므로 직장인으로서 저희가 매일 마주하는 거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원은 안 해주면서 더럽게 뭘 많이 시키고, 그러면서 맘에 안 든다고 빠꾸, 잘못되면 책임. 


어쨌든 벤처캐피탈로서는 3년간, 그 전에는 약 6년간 대기업에서 산업분석을 실무적으로 한 경험(물론 중간에 MBA를 했으나, 여기서도 노가다더군요.)으로 앞으로 노가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공유해볼까 합니다. 같이 소통하면서 다른 방법들을 서로 공유하고 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이 정도까지 단결할 필요는 없는 세상이지만

비단 직업적인 투자업무뿐만 아니라, 나름의 기준과 자신의 분석으로 주식을 투자하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분석방법의 팁들이 아니더라도, 실무를 경험하면서 분석한 생생한 사례들도 많이 담고자 합니다. 팁들은 별 도움은 안되더라도 재미라도 있으면 좋잖아요. (물론 구체적인 기업정보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고, 공개된 자료를 통한 산업분석입니다.) by 투자노동자


아 참, 그리고 이 브런치는 저 혼자가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관련 업계 동료들과 함께 운영할 예정입니다. 주제도 내용도 다를 수 있으므로, 개인별로는 필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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