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와 비상장투자자를 위한 산업분석하기 (1)
소개팅을 하면 가장 처음에 알게 되는 것이 무엇일까요? "야, 사진부터 봐봐" 물론 외모가 중요하죠, 그다음에는 "학교는 어디 나왔어? 무슨 일해?... " 가끔씩은 우리가 정말 처음에 시작해야 할 것을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를 결혼에 빗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작이 소개팅 혹은 첫 만남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급하게 떠오른 나머지, 가장 처음에 물을 것을 잊기도 합니다. 저는 그것이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산업을 분석할 때, 그 산업의 이름. 보다 정확히 말해서 그 산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이후의 작업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장 중요한 정의를 생략하고 아주 피상적으로 접근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벤처투자 분야에서 그러한 경향이 강한데요. 푸드테크, VR, AI를 하나의 산업처럼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Theme 정도는 될 수 있겠죠. VR이나 AI는 요소기술 중의 하나이지 그 자체가 산업은 아닙니다. 어떤 산업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죠. 푸드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과 관련한 여러 산업(예컨대, 사료-축산-식자재유통-음식점-결제서비스 등)과 밸류체인을 무시하고 그중 일부분에 과거보다 나은 기술적인 요소가 들어갔다고 해서 푸드테크로 통칭한다면 이후부터는 우린 분석해야 할 대상들을 면밀하게 살피지 못합니다.
산업분석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정부기관이 어디일까요? 바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이라든지 담합(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감시하고 심사하여 부당한 독점행위를 처벌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산업을 분석하는 심사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산업(시장)을 정의하는 일입니다.
http://www.ftc.go.kr/www/FtcRelLawUList.do?key=284&law_div_cd=01
우리가 정말 엄청나게 마셔대는 소맥을 생각해 보죠. 카스처럼 이든 테슬라이든, 소주시장과 맥주시장은 구분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주류시장처럼 더 큰 범주로 통합해야 맞을까요? 상장사인 하이트진로를 투자할까 말까 고민해봅시다. 맥주와 소주를 나눠서 분석해야 할까요? 아니면 같이 묶어서 봐야할까요? 혹은 작은 Craft Beer Brewery를 투자 검토한다고 해봅시다. Craft Beer 끼리만 경쟁을 한다고 봐야 할까요?
모든 게 이분법적으로 나뉘진 않고 서로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접근하여 나아가 상호 간의 관계나 다이내믹까지 고려할지, 아니면 큰 틀에서 볼지는 차이가 납니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런 고민이 있었죠. 2006년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찬성해 줘야 할지 반대해야 할지 마주쳤기 때문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주와 맥주를 별개의 시장으로 구분하였고, 결국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승인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의결서를 한번 보시면 방법론이라든지, 논리적 흐름을 잘 보실 수 있으니 꼭 참고해보세요.
그리고, 10년 후 저는 Craft Beer Brewery를 투자 검토하면서 조금 다른 결론을 내렸는데요. 일단, 국내 주류산업 전체 모습부터 보시죠. 크게 생각할 수 있는 주류산업(그 위로 가면 식음료까지 가는데, 그건 직관적으로 걸러낼 수 있겠죠?)부터 점점 범위를 좁혀 나가고자 했습니다. 맥주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면서 그 안에서 Craft Beer(이 용어도 사실 좀 애매하긴 합니다. 일단 대중적인 이해도가 있으니 그냥 넘어갔습니다.) Segment의 성장이 예상되는 것이 가장 회사에 우호적인 환경이겠죠.
그리고 10년 동안 맥주가 소주를 상당히 대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먼저 10년간 둘 사이의 상대적인 소비량 차이를 봤구요.
그리고 10년 전과 지금이 무엇이 달라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분석해보았습니다. 소주와 맥주의 상대적인 비율 변화가 독립적인지 대체관계에 가까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소비 트렌드로 볼 때 소주가 더욱 쇠퇴하고 맥주가 성장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물론, 소비 트렌드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 아닌 매년 반기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하는 주류 소비, 섭취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서 정리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1회당 평균 음주량이 감소 추세(문제는 맥주도 감소 추세였는데, 몇 회를 마시는지는 불명확했습니다.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겠죠)였고, 과음, 폭탄주 경험 비율도 낮아지고 있었으며, 식사와 함께 반주로 저도주를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되는 한편, 혼술 문화가 확대되고 있었고, 맥주(특히, Craft Beer)가 새로운 음식 Pairing으로 시도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트렌드가 대체로 소주보다는 맥주에 유리한 트렌드였기 때문이죠.
사실 그다음은 Craft Beer를 맥주시장과 별개로 볼 것이냐인데, 이 부분은 직관적으로 걸러도 될 내용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만한 내용, 대충 생각해봐서 그럴듯하다가 아니라 대부분이 논리적으로 동의한다면 굳이 세부적으로 다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이니까요.
이 다음에도 여러 편을 산업 정의와 관련하여 실제 사례 중심으로 계속해 볼까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by 투자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