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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un 01. 2016

노래는 타인에게서 비로소 완성된다

가을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사랑을 하는 동안은 모든 사랑 노래가 자기 이야기 같다고 한다. 사랑을 이별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너무도 다양한 타인이 있고, 그 타인들 간에는 더욱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 사연들은 영감이 되고, 누군가에 의해 곡으로 승화된다. 그렇게 특정한 하나의 영감으로부터 비롯된 노래는, 다양한 타인의 사연들을 놀랍게도 잘 대변해준다.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 불특정 다수의 삶을 묘사하는 것 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사는 일이 다 비슷비슷하기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래라는 것은 그것이 원래 의도하는 바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사연을 대입하는 것은 고스란히 청자의 몫이다. 하나의 곡은 그렇게 하나의 청자를 만났을때에 비로소 완성된다.

 한참 들었던 노래 중 가을방학의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라는 곡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리움을 표현한 곡이다. 비록 지금은 만날 수 없고,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넌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다. 덤덤하게 잘 살아가지만, 그렇지만 가끔 네가 미치도록 안고 싶어질 때가 있다. 결핍된 사랑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 곡이 아련한, 불완전한 사랑의 노래처럼 들려왔고, 줄곧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곤 했다. 비단 나 하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도 아련한 러브송으로 이 노래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 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하루에 다섯번은 넘게 그 노래를 듣다가, 점차 듣지 않게 되는 시기를 지나, 플레이리스트의 보이지 않는 한 켠으로 밀려났을때 쯤이었나, 이 노래의 배경에 대한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글에는, 이 노래의 원작자가 자신의 작고한 형을 추억하며 쓴 곡이라는 사실이 쓰여 있었다. 사실 러브송이라기엔 가사가 약간 애매한,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사연을 듣고 나니 의문이 꽤 많이 해소되었다. 음악, 그리고 예술이 타인에 의해 완성된다는 말에 정말로 공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여전히, 나에 의해 완성된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라는 곡은 결핍된 사랑에 대한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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