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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un 08. 2016

슬픔을 거스르는 연습이 필요해

Kodaline - One Day

 나는 꽤 자주 슬픔에 잠기는 부류이다. 어느 날, 갯벌처럼 질척한 슬픔이 내 삶에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그런 어느 날, 그것을 피하지 않고 그저 서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전력으로 받아들이며, 나의 모든 것은 완전히 묻혀버리고 만다. 그렇게 나의 어떤 하루는, 갑자기 찾아온 슬픔에 의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고 만다.

 슬픔이 무서운 또 다른 점은, 그것이 물러나고 난 뒤에도 삶에 꽤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걷혀진 뒤에도, 그것에 덮혀 있을 때 처럼 하루를 침전하게 만들고, 주변에 그런 기운을 퍼뜨리기까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슬픔에 저항하지 않는 댓가는 그렇게도 크나크다.



 왜 슬픔에 몸을 맡기는 삶의 자세를 갖게 되었을까. 그것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언젠가는 나를 둘러싼 슬픔이 깨끗하게 걷혀질 것이고, 그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자연스레 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나의 일상을 침전시키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과는 별개로, 나를 슬픔에서 건져내려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으로 표출되었다. 기운 좀 내라는 사람들에게는 안 되는 거라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기분 좋은 일을 하면서 떨쳐내라는 사람에게는 내 감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다는 이야기로 대답할 뿐이었다.


Kodaline - One Day

 정말 우울했던 어느 순간, 내 삶에 나타났던 노래가 있다. 그것이 이번 글의 곡인 Kodaline의 One Day 라는 곡이다. 어떤 친구가 말했던 소년만화의 오프닝 같은 인트로, 희망적인 느낌이 흘러넘치는 멜로디, 그리고 너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가사까지.  "넌 너무 오랫동안 그저 변화가 오기만을 기다렸어.", "삶은 너를 지나칠 거야. 너의 시간을 스스로 낭비하지 마.", "네가 그것에 대해 알아내려 할수록, 넌 그것에 무감해질거야." 마치 슬픔에 저항하지 않는 나를 향한 가사 같았다.


One day it's here and then it's gone
How are you still holding on?
How are you still holding on?
어느날 그것은 여기 있었고 이제 사라졌어
넌 어떻게 아직도 견디고 있는 거야?

You've felt this way for far too long
Waiting for a change to come
You know you're not the only one
넌 이런 식의 감정을 너무 오래 느끼며
변화가 오기만을 기다렸지
넌 네가 혼자가 아니란걸 알잖아

And life passes you by
Don't be wasting your time
On your own
삶은 너를 지나쳐가
너의 시간을 낭비하지마
너의 스스로

You always try to see yourself
Through the eyes of someone else
Through the eyes of someone else
넌 너 자신을 바라보곤 해
다른 누군가의 눈을 통해서

Too shy to say that you need help
You and everybody else
You and everybody else
네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걸 부끄러워하지
너 뿐만 아닌 모두가 말야

Oh, life passes you by
Don't waste your time
On your own
인생은 너를 지나쳐가
네 시간을 낭비하지 마
네 스스로

Yeah life passes you by
Don't be wasting your time
All alone
인생은 너를 지나쳐가
네 시간을 낭비하지 마
너 혼자

As your heart gets bigger
And you try to figure out
What's it all about
네 심장이 커질수록
넌 알아내려고 하지
이 모든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And your skin gets thicker
As you try to figure out
What's it all about
그리고 넌 점점 덤덤해지게 되지
네가 알아내려고 할수록
이 모든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야

Yeah life passes you by
Don't waste your time
On your own
인생은 널 지나쳐가
네 시간을 낭비하지마
네 스스로

One day it's here and then it's gone
How are you still holding on?
How are you still holding on?
어느날 그것은 여기 있다가 사라졌어
넌 어떻게 아직도 견디고 있는 거야?


 슬픔에 저항하지 않는 것, 그것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삶의 태도였던 것이다. 흘러가는 슬픔에 몸을 맡기는 것이 한번뿐인 나의 삶을 스스로 낭비하는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뒤로는, 슬픔에 조금씩 저항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맛있는 것을 먹거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웃어 보이거나. 슬픔을 거스르는 그런 연습은, 결국 슬픔의 실체를 알게 하고, 그것을 꽤 덤덤하게 대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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