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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un 15. 2016

담담함은 슬픔을 더욱 선명하게 해

어쿠루브 - 사랑노래 같은 이별노래

 지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슬픈 이야기, 아련한 이야기를 할 때 있어서 항상 괜찮다고 말하는 타입. 정 반대의 부류인 나는 그 지인을 꽤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세상 다 산 표정으로 이야기할만한 소재를, 그 친구는 항상 "에헤이~ 괜찮아!" 식으로 늘어놓는 것이었다. 그가 어떻게 그런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성장 배경이나 어떠한 경험이 영향을 주고 그런 태도를 선물해준 것이겠지. 내가 그러한 태도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것은 한 가지이다. 그러한 밝은 태도는 그 친구가 이야기하는 이야기의 슬픔의 강렬함을 가리기는 커녕, 오히려 그것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래 중에도 그런 것들이 종종 있다. 밝은 리프, 상쾌한 보컬의 목소리,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담고 있는 내용만큼은 슬픈 것들. 밝은 표정, 씩씩한 목소리로, 자신이 처하게 된 실연을 말하는 사람과 닮아있는 그런 노래. 상반되는 구성 속에서 노래가 갖고 있는 슬픔은 더욱 뚜렷하게 듣는 이에게 전달된다. 슬픈 사연에 대한 공감을 얻어내는데 있어서, 경쾌하게,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담담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그런 곡이 보편적인 분위기의 슬픔을 말하는 곡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올이라는 보컬이 마음에 들어서, 스트리밍 서비스에 한올을 검색하고 곡을 싹 쓸어담은 채, 하나하나 듣던 중,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이별 노래인지 당연히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코러스의 가사는 "난 너를 너무 사랑해." 였기 때문에. 세번쯤 들었을때인가, 가사가 들리기 시작하며, 이 노래가 이별을 말하는 노래임을 알았다.

우리가 마지막일때 난 그때
널 마지막으로 안았지
어색한 대화를 계속 나눌땐
이별을 예상했었지

아침에 눈을 뜨고
못일어나 우우우 우우우
사실 좀 힘들어
너는 어떠니 우우우 우우우

난 아직 너를 사랑해
널 많이 사랑해
나는 여기 그대로 서있는데
사랑한다 말하는걸 아꼈었는데
니가 이제 없다 난 고장이났다

모든게 끝이 났을때 난 그때
오히려 담담했었지
집으로 돌아오던 길 집앞에
한참을 서성거렸지

눈물이 흐르고
몸이 떨려와 우우우 우우우
정말 끝이란걸
그때 알았어 우우우 우우우

난 아직 너를 사랑해
널 많이 사랑해
나는 여기 그대로 서있는데
사랑한다 말하는걸 아꼈었는데
니가 이제 없다 난 고장이났다

너 떠난 뒤로 난더 웃는 척하고
친구들 만나서 난 괜찮은 척을 했어
이래야 살것만 같아
나 살고싶어서 죽을것 같아서

난 니가 너무 그리워 정말 그리워
아직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한여자의 잊지 못할 일
가로등은 그대로 비추는 길
혼자 서성이다가 마주치길
바랬지만 집에 가는 길에
머릿속은 복잡해

난 아직 너를 사랑해
널 많이 사랑해
나는 여기 그대로 서있는데
사랑한다 말하는걸 아꼈었는데
니가 이제 없다 난 고장이났다

난 아직 너를 사랑해
널 많이 사랑해
나는 여기 그대로 서있는데
사랑한다 말하는걸 아꼈었는데
니가 이제 없다 난 고장이났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슴을 치며 이야기하는 슬픔만큼이나,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내어놓는 슬픔이 듣는이의 마음 속에 더욱 큰 공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슬플 때는 솔직하게 슬퍼하는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한 층 추스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슬픔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동시에 자신의 슬픔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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