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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May 24. 2016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 - 앵콜요청금지

 학 공부의 절정인 3학년의 한 가운데 있다. 어울리지 않는 전공을 짊어진 삶은 녹록치 않다. 요새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만두고싶다라는 말, 그 다음으로 하는 말은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다. 흔한 친구들과의 대화 가운데서, 누군가 운을 띄우곤 한다. 딱 군대 전역한 후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방학 시작할때로 돌아간다면, 중간고사 보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한 개인이 말하기에도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를 가진 이 주제의 특징은 전염성이다. 그 자리에 있는 타인들도 자기가 돌아갔으면 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남들도 항상 하고 산다는 뜻이겠지 싶다.

시간을 거슬러갈 수 있다면 모두의 삶이 행복한 멜로드라마겠지...

 타임리프물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런 것이지 않을까. 경험하지 못한, 현실에 없는, 하지만 있었으면 하는 것에 대한 동경. 녹록치 않은 현실에 처해 있다는 것은 주인공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지만, 주인공은 타임리프를 통해 녹록치 않았던 현실의 시작점으로 돌아가고, 망쳐버린 하루를 다시 한번 살아갈 기회를 얻는다는 크나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망쳐버렸던 현실을 멋진 현실로 다시 만들어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타임리프물의 큰 맥락이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옷장 속에 숨어도 뒤로 가지는 않는, 오직 직진하기만 하는 시간을 가진 우리의 현실은 망쳐지면 망쳐진대로 흘러갈 뿐이다. 일방통행로에 올라서서 직진만 하는 우리는, 그래서 자꾸 뒤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재발매된 앵콜요청금지를 들으며, 그러한 사람들의 소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덤덤하게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없다고, 앵콜을 거절하는 이 노래가 다시 발매됬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아닐까.

 곡의 전체적인 녹음은 꽤 러프하게 되어 있다. 마치 방금 막 출발한 밴드의 합주처럼, 곡의 부분들은 무언가 맞지 않는 듯한 위태함을 품은 채 어우러져 있다. 어떠한 사연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발매하게된 1집의 풋풋한 느낌을 다시 내 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만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밤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제발 내 마음 설레이게 자꾸만 바라보게 하지 말아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스쳐지나갈 미련인걸 알아요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때 그밤이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아무래도 네가 아님 안되겠어
이런 말하는 자신이 비참한가요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이런 말하는 그런 내가 잔인한가요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


 기말고사의 시즌이 다가오니 뒤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은 점점 강해진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시 돌아갈 순 없으니, 녹록치 않은 가운데서도 행복한 것을 찾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야지 하는 생각이다. 너무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돌아갈 수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해 준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가,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당분간은 나의 행복을 책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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