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에그 - 뚝뚝뚝
이 글은 우연히 과학 칼럼을 읽은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 칼럼의 주제는 비가 오는 날 기분이 왜 센치해지는가였고, 이유는 비 오는 날 증가하는 음이온 때문이라는 글이었다. 분명 해박한 과학 지식에 근거하여 쓰여진 글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었다.
위의 글과 같은 것이라던가, "사랑은 호르몬 작용 때문이다." 따위의,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표현들의 공통분모는 감정을 분석하는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감정은 감정 그 자체인 채로가 좋다. 분석하는 순간부터, 그것은 감정보다는 과학의 영역이 되고 만다. 과학의 인과를 탐구하며 낭만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젖어서 색이 달라진 세상, 약간 어두운 초록색이 된 나뭇잎, 아무도 나오지 않아 조용한 거리, 끝없이 땅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 평소와는 다른 그런 풍경들 때문에, 나의 기분은 평소와 달라지게 되고, 무언가 생각하게 되고, 결국 비 오는 날은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표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