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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ul 25. 2016

언제부턴가 나의 인생에 항상 비가 내리고 있었다

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언제부터 나의 인생은 잘 풀리지 않게 되어버렸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까지는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교복을 마지막으로 입은지 6년이 되어가지만, 좋은 기억들은 꽤 생생하다. 아무렇게나 풀어도 잘 나왔던 시험 점수와, 항상 밝은 표정으로 대해주던 선생님들, 공부를 잘 하기에 같은 학년 사이에서 꽤 튀던 존재감.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을 지나오던 나는 그 시기를 번데기와 같은 시기라 여겼다. 이것만 끝나면 자유롭게 날개를 펴고 훨훨 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매미는 7년의 지하 생활 끝에 성체가 되고, 2주간 지상에서 보낸 뒤 생을 마감하곤 한다. 12년의 제도권 교육을 끝내고 대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간 내가 환멸을 느끼는데도 2주정도 걸렸던 것 같다. 처음 마셔본 소주는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르겠지만 알아서 이 사람 저 사람을 갈아타며 외로움을 해소해가는 동기들의 모습은 심심했던 나의 지난 삶을 원망하게까지 만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골라버린 전공은 갓 스무살의 정신을 절단낼 기세의 강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수업이 끝나면 그 어떤 학과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저 기숙사에 틀어박혀 맥주만 마셨다. 그렇게 반년만에 나는 완전히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전공 공부를 계속해나갈 수 없었다. 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로 다짐했다.


 중간을 생략하고 결말부터 말하자면, 나의 모든 시도는 무참하게 실패했다. 갓 스무살때 돌아온 부메랑을 맞지 않고 피하려 안간힘 쓴 댓가는, 더 큰 반동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일 뿐이었다. 거기에 계속 실패하는 연애와 인간 관계가 더해져서, 어느새 안 풀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I can't sleep tonight
난 오늘밤 잠을 이룰 수 없어
Everybody saying everything's alright
모두 말하길 모든게 괜찮을거라 하지만
Still I can't close my eyes
여전히 난 눈을 감을 수 없어
I'm seeing a tunnel at the end of all these lights 
난 이 모든 빛들의 끝에 있는 터널을 보고있어

Sunny days
맑은 날들아
Where have you gone?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니?
I get the strangest feeling you belong
너의 존재가 이상하게 느껴져버리는 지경이야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왜 나에게는 항상 비가 내리지?
Is it because I lied when I was seventeen?
내가 열일곱때 거짓말한 것 때문이야?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왜 나에게는 항상 비가 내리지?
Even when the sun is shining
햇빛이 쨍쨍한 날이지만
I can't avoid the lightning
천둥번개를 피할 수 없어

I can't stand myself
나 자신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어
I'm being held up by an invisible man
투명인간에게 붙잡혀있는 기분이야
Still life on a shelf when
여전히 인생은 화두에 올라있어
I got my mind on something else
다른 것에 집중하려 해도 말야 

Oh, where did the blue skies go?
오 파란 하늘은 어디로 가버린 거지
And why is it raining so?
그리고 왜 비가 이렇게 내리는거야?
It's so cold 
너무 추워...


 언제부턴가 나의 인생에는 항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 전력으로 달아나 보았지만,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다듬으려 멈춰설 때 올려다보는 하늘은 항상 잿빛이었다. 그렇게 셀 수 없는 시도 끝에, 어쩌면 이 비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항상 나의 인생에는 비가 내리는 것일까? 나는 인생을 되짚어보았다. 개연성이 없는 그럴듯한, 그리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런 생각은 나의 걸음을 조금 더 느리게 하고, 그래서 나로 하여금 비를 조금 더 많이 맞게 했다. 큰 비의 한 가운데에 있다. 영원한 비는 없으므로, 이 비가 그칠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비를 맞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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