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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ul 28. 2016

오늘도 감기약에 기댄 인생

Young The Giant - Cough Syrup

 감기에 약이 없다는 것은 흔한 상식이다. 감기약은 감기 자체를 완화시키는것이 아니라 감기에 걸렸을 때 생기는 열과 가래 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잘 먹고 잘 자는, 컨디션 조절을 통해 사람은 감기를 극복해 내는 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서 낫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주 허황된 말을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면역력만으로 감기를 이겨내겠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감기약을 먹으면 감기를 더 수월하게 지나보낼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인생이야 말로 지독한 증상 투성이인 감기라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열이 오른다거나, 가래가 끓는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심지어는 차라리 죽고 싶은 때도 있으니까. 게다가 인생이라는 감기는 완치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죽는 순간까지 가지고 가야만 한다.

 인생이라는 감기 역시 그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감기약이 존재한다. 오늘도 고통스러운 열병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행히 저마다에게 잘 듣는 감기약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다. 가장 효과가 좋은 약 중 하나인 것 처럼 보인다. 제 살이 뜯겨져 나가도 잘 알지 못하는 것 처럼 보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만큼이나 끊었을 때의 후폭풍은 크다. 누군가는 먹는 것으로 고통을 덜어낸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많이 먹거나 한다. 부작용은 어느새 불어나는 몸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취미를 하며 괴로움을 잊는다. 음악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이러한 것들은 한정된 시간을 써야 하고, 해야 할 것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대 용량이 한정되있다거나, 부작용이 있다거나, 내성이 생겨버린다거나, 무엇보다도 원인 그 자체를 해소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점이나, 이러한 인생의 감기약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감기약의 속성을 빼닮아 있다.

Life's too short to even care at all oh
인생은 모든 것을 신경쓰기에는 너무나 짧아
I'm losing my mind losing my mind losing control
난 정신을 잃어가고 있어
These fishes in the sea they're staring at me Oh oh
바닷속 물고기들이 날 쳐다보고 있어
A wet world aches for a beat of a drum Oh
젖은 세상은 드럼 소리에 앓고 있어

If I could find a way to see this straight
내가 이것을 바로 볼 방법을 알 수 있다면
I'd run away To some fortune that I should have found by now
내가 지금쯤 찾았어야 할 행운을 찾아 달려갔을 텐데
I'm waiting for this cough syrup to calm down, to calm down
난 나를 진정시켜 줄 감기약을 기다리고 있어

Life's too short to even care at all oh
인생은 모든 것을 신경쓰기에는 너무나 짧아
I'm coming up now coming up now out of the blue oh
난 지금 슬픔의 밖으로 떠오르고 있어
These zombies in the park they're looking for my heart oh oh
공원의 좀비들은 내 심장을 노리고 있어
A dark world aches for a splash of the sun oh oh
어두운 세상은 태양 빛에 앓고 있어

If I could find a way to see this straight
내가 이것을 바로 볼 방법을 알 수 있다면
I'd run away To some fortune that I should have found by now
내가 지금쯤 찾았어야 할 행운을 찾아 달려갔을 텐데
And so I run now to the things they said could restore me
그래서 난 지금 나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그것을 향해 달려가
Restore life the way it should be
인생이 원래 그랬어야 했던 대로 회복시켜 줄 그것을 향해
I'm waiting for this cough syrup to calm down
난 나를 진정시켜 줄 감기약을 기다려

One more spoon of cough syrup now...
감기약 한 스푼만 더...

 나의 감기약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맛있는 음식이라거나, 좋은 영화라거나, 즐거운 만남이라거나... 그런데 그 어떤 것도 좋아하는 음악만큼의 크기를 차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길을 걷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쉬는 시간이라거나, 심지어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영화를 보거나 즐거운 만남을 가지는 그 순간에도, 나는 여건만 된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리프와 멜로디, 듣기 좋은 보컬의 음색, 약간은 사색할 거리가 있는, 모호하거나 서정적인 가사.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감기약이다. 그리고 이 글의 주제를 제공해 준 이번 글의 곡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목은 감기약인 곡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Cough Syrup인 이유가 바로 그런 점에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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