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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브런치 무비 패스 #8 "어느 가족"

by 이이육

아버지인 오사무, 그리고 아들 쇼타. 두 사람이 마트에서 도둑질을 하는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오늘은 샴푸를 못 훔쳤네, 다음에 가져오자, 그런 대화를 하며, 고로케 다섯 개를 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혼자 방치되어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온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누나와 동생. 다소 허름한 집 안에서 식사 등을 하느라 부산한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 배가 고팠던지 고로케 세 개를 먹어치우는 아이를 귀엽다고 느끼는 동시에 딱하게 생각한 것도 잠시, 이래서는 유괴밖에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식사가 끝나면 아이를 원래 집으로 데려다주기로 한다. 그렇게 도착한 집 앞에서, "낳고 싶어서 낳은 것이 아니다."라는, 현관문 너머 아이 엄마의 절규, 그리고 아이의 몸에 난 상처, 집에 돌아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태도까지. 어머니인 노부요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여섯 구성원의 "어느 가족"이 완성된다.

평소에는 막노동을 하고, 필요한 물건은 슈퍼에서 절도를 하는 아버지 오사무,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 노부요, 아버지를 도와 좀도둑질을 하고, 학교에는 가지 않는 아들 쇼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는 딸 아키, 독거 노인으로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하츠에, 마지막으로 극의 초반에 가족이 된 막내딸 린까지. 극의 초반에서 이 가족에게서 느낀 의아함은 영화를 보는 중간에 해소된다. 사실은 이 가족 구성원 중 피가 섞인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 각자의 사정을 뒤로한 채 극중의 집에서 가족처럼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혈연 관계가 아님에도, 극중의 "어느 가족"은 일상적인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생계를 책임지려 노력하고, 아키는 자연스럽게 할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마음에 드는 남자 이야기를 마치 딸처럼 노부요에게 늘어놓는다. 쇼타와 린은 진짜 남매처럼 동네를 쏘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특히 쇼타는 린을 아끼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준다.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자신보다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지만, 진짜 동생처럼 대한다. 하츠에가 린을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모습은 할머니가 손녀딸을 대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렇게 가족처럼 어우러지던 여섯 사람은, 뜻밖의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와해된다. 그리고 가족이 와해되는 이유 중 하나는, 혈연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가족이 아닌 여섯 사람이 모여서 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 담긴, 여섯 사람이 모여 사는 모습은 일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를 "가족 드라마"라고 말했다. 어떠한 개인들을 가족이라는 범주 아래 둘 수 있는것은 혈연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정말 그런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이 영화 속의 "어느 가족"은 가족이라고 할 수 없지만, 피로 맺어졌음에도 불우한 가족보다는 더 진짜 가족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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