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9 "인랑"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고 리뷰를 적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수많은 요소들이 있었다. 일단 포스터의 수트를 입은 강동원의 모습이 그러했다. 검은 철 장갑에, MG42를 들고, 붉은 안광을 뿜어대는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멋진 장난감을 본 아이의 마음처럼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주연 배우진 역시 내 마음을 이끌었다. 강동원, 정우성, 김무열, 한효주.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기본은 하겠지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나마 건진 것은 정확히 보기 전에 매력적이라 느낀 것들 뿐이다. 프로텍트 기어를 입은 강동원의 모습, 그리고 극 초반 특기대와 반란 조직 섹트와의 전투씬. 그것이 다였다. 시종일관 진지한 척 하지만 전혀 진지하지 않고, 감정이입도 되지 않는 인물들의 고뇌, 그리고 남녀 주연이 나올때마다 마치 로맨스 영화처럼 과도하게 바뀌는 카메라와 음악의 톤. 강동원과 한효주라는 비주얼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던 것일까? 국가 기관간의 권력 암투,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는 주제와는 너무나 이질감이 드는 커플의 모습이 극의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있었다. 게다가 주연 두 명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했다. 강동원은 이전의 작품들에서, 발랄한 연기를 할 때 빛을 보았다고 들었다. 영화 속 임중경은 감정이 없는 인간병기이다. 톤이 없이 중얼거리는 것이 대사의 대부분이다. 강동원이 빛을 발하기는 힘든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효주의 연기는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연기를 잘 했어도 소화하기 힘든 신파극같은 대사들만 주어졌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는 어느 정도 있다. 그럴듯해 보이는 설정과, 그냥 말 없이 총격전만 벌여도 본전은 뽑을 매력적인 아이템인 "특기대"를 뒤로한 채, 영화의 대부분은 어색한 연기,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선, 그리고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로맨스씬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영화를 보며 생겼던 의문들 중 꽤 많은 부분이 원작 만화를 본 뒤 해소되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원작의 설정을 너무나 지키고 싶었던 나머지, 무리하게 우리나라의 현실에 원작의 옷을 입혔는데, 그 과정에서 잘려나간 요소들 때문에 몇몇 설정, 극의 흐름, 인물들의 감정선 등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잘려나간 장면들과 대사들 중에는 꼭 있었어야 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꼭 필요한 것들을 잘라낸 자리에 들어찬 것은 보기 거북한 신파 로맨스씬, 그리고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는 바뀐 결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