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이 이사를 해서 짐을 정리하던 중, 10대 후반에서 갓 스물까지 쓰던 mp3를 발견했다. 내 음악 취향은 꽤 일관된 편이었다. 오아시스, 비틀즈, 악틱 몽키즈, 그런 노래들이 가득 있었다. 요새 가장 많이 듣는 오아시스의 Live Forever를 재생해보았다. 오래된 mp3지만 완벽한 음질로 재생되는 곡을 듣다가 든 생각이, 이 mp3를 사용할 때는 Live Forever를 듣지 않았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존재는 알았지만, 일부러 듣는 곡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 외 오아시스의 1집들, 비틀즈의 몇몇 곡들 등, 지금은 정말 좋아하고, 정말 훌륭한 곡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신경 쓰지 않아서 존재조차 몰랐던 곡들이 mp3에 꽤 있었다.
항상 부들부들하고 몽글몽글한 톤의 노래만 듣게 된 것은 밴드 동아리를 하던 때부터인 것 같다. 물론 그전부터 락 음악을 좋아하진 않았다. 하지만 "브릿팝 마니아"라는 별명을 갖게 된 뒤부터, 일부러 부드러운 톤의 노래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 디스토션 페달을 멀리하고, 펑크를 멀리하게 되었다. 대신 브릿팝 마니아라는 별명을 고수하기 위해, 영국 밴드를 찾아 듣고, 그 밴드들의 몽글몽글한 노래를 찾아들었던 것 같다. 오아시스의 경우는 Don't look back in anger, Wonderwall, Champagne supernova, Little by little 같은 노래들을 즐겨 듣고, 1집의 Cigarettes and alcohol, Live forever, Rock & roll star 같은 곡은 거친 기타 사운드를 듣고 바로 넘겨버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오아시스의 1집이야말로 음울함과 분노를 한 구석에 담고 있지만, 긍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그것을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브릿팝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릿팝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브릿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셈이다. 또한 브릿팝의 지저분한 사운드, 단순한 코드 진행은 펑크와도 맞닿아있는 면이 있었다. 지난 과거는 스스로가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은 채 흘려보낸 셈이다.
요새는 브릿팝의 정의에 부합하는 곡들을 많이 찾아들어보고 있다. 단순한 코드 진행과 거친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또 펑크를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들어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브릿팝과 닮은 부분이 많은 장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듣는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듣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삶이 더 다채로워진다. 무심하게 살며 놓치는 것이 없도록, 조금은 주변 환경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